팁의 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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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파리의 카페에서는 코피 한잔을 마셔도 팁을 준다. 안줘도 그만이지만 벽에 붙은 정가표를 보면 거스름 동전을 내밀지 않을수 없다. 코피값 다음에 괄호를치고 「세르비스 농 콩프리(serv-ice non compns)」라고 써놓았다. 『봉사료는 포함되지 않았음』 이란 뜻이다. 팁을 주는 풀속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팁을 달라는 무언의 강요처럼 느껴진다
팁은 서양사회에선 보편화한 생활풍습이다. 음식점, 호텔, 택시, 이발소등 고객에게 서비스를 재공하는 업소에선 당연히주고 당연히 받는 것으로 돼있다. 어떤 음식점에선 아예 계산서에『봉사료 포함』 이라고 씌어있다. 음식값에 이미 팁값을 계산해 넣었다는 뜻이다.
값을 매기기 어려운 호텔에서는 대개 50센트∼1탈러(미), 50펜스∼1파운드 (영) 가 적정선이다. 우리 화폐단위로 치면 모두 5백∼1천원 안팎이다.
한국사회도 어느 틈엔가 팁이 보편화되는 중이다. 그러나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적정선을 넘는 과도한 액수의 팁이다.
서양사회에선 가격이나 요금의10∼15%선이 적정선이다. 물론 산유국의 어느 호족이 거액의 팁을뿌렸다는 얘기는 예외다. 그것은 토픽은 되어도 일상의 생활인이참고할 바는 못된다.
최근 어디서 『팁의 윤리』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도 문제된 것이 과다한 팁이다. 주는 사람의 허영심을 충족시키고 때로는 뇌물의 성격을 띠게 됐다는 비만조차 있었다.
과다한 팁을 얘기할때 항상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술집 호스티스에 대한 팁이다. 76년12월 분빙대자는 요정의 팁이 5천원은 보통이라며 놀라움을 표시했었다. 79년3월, 그것이 2만원이 되었다. 이번 공개토론회에선 3만원을 주어야 고맙다는 소리를 겨우 듣는다는 말이 나왔다. 한국사회의 허황된 일면을 보여주는 얘기다.
팁은 본래 『봉사에 보답하는 소액의 돈』 이다. 웹스터사전의 해석이다. 불어로는「푸르봐르」, 독어로는 . 트링크겔트」. 모두 컬컬한 목을 축이는 한잔의 술값을 뜻한다. 일본사람들은 「고꼬로쓰께」(심부)라고 해서 마음의표시를뜻한다.
옛날 우리 풍속엔 행하가 있었다. 주인이하인에게 주거나품삯이외에 얹어주는돈, 기생이나광대에게 주는 보수등을 뜻했다.
조그마한 인석의 교류니만큼 액수가 클수가 없다. 액수가 큰 팁은 곧 타락한 팁이다. 타락한 팁이 횡행하는 사회는 곧 타락한 사회다. 눈먼 돈이 뒹굴어다니는 사회니까 팁도 커졌다는 자조적인 해석도 있다.
조그마한 팁으로도 서로 고마움을 느끼는 사회, 이것이 바로 건전한 사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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