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휴일 '접대 등산'은 산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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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의약품 유통회사 영업 이사인 A씨(사망 당시 51세)는 주말에도 전혀 쉬질 못했다. 평일 기본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물론 의사들이 원하면 낮이고 밤이고 달려가 식사를 하는 등 접대를 했다. 의사들의 출장길에는 운전도 해줬고 서류 업무 등 귀찮은 잡무도 대신 처리했다. 주말에는 그들과 함께 산에 오르거나 골프를 치면서 취미생활도 함께 했다.

2012년 4월 A씨는 토요일인데도 대구의 한 병원 의사·직원들과 등산을 했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지 40여분 지나자 식은땀이 나면서 호흡곤란 증세가 나타났다. 20분을 쉬었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고 급기야 의식을 잃었다. 곧 응급실로 옮겨졌만 끝내 숨졌다. 사인은 협심증으로 인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으로 추정됐다. A씨의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주말 등산은 영업활동의 일환이었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 이승택)는 “A씨의 죽음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으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업무의 일환으로 사건 당일에도 등산을 하게 됐고, 과도한 육체적 피로가 기존에 앓고 있던 협심증을 악화시켜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이 발병한 것”이라며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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