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가 "과학발달 할수록 생존위협"|유학생의 과학에 대한 인식|유네스코 한위서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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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기술드라이브정책을 펴 과학기술의 확보에 주력하고있으며 이를 위해 영재조기교육등 다각적인 방안이 검토되고있다.
이 같은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과연 우리국민들은 과학을 얼마나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으며 또 과학에 대한 입장은 어떤것일까.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부족하고 태도는 미온적인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국내최초로 전국8개 대학 재학생 2천1백5명 (남학생 l천31명·여학생 1천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의 과학에 대한 태도 및인식조사연구」(연구책임자 박승재 서울대 물리교육과교수)에서 밝혀졌다.
과학에 대한 인식이란 과학의 특성, 사회와의 관계등 넓은 의미에서 과학과 관련된 지식을 뜻하는것으로 「과학적 지식은 무조건 믿어야 하는가」등 32개 항목으로 그정도를 측정했다.
또 과학에 대한 태도란 과학의 국가발전에의 기여도처럼 넓은 의미로 과학의 가치에 대한 가·부적인 입장을 의미하는것으로 「과학이 발달할수록 환경오염이 심화돼 결국 인간은 살 곳을 잃게될 것인가」등 32개 항목으로 그 정도를 측정햇다.
그 결과 인식은 1백점 기준에 전체평균 68점으로 대체로 부족한것으로 나타났으며 태도는 73점으로 미온적인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과학에 관한 단편적인 사실들은 잘 알고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극단적인 맹신과 부정이 뒤섞여 혼돈된 인식및 태도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응답자의 72%가 「외국유학을 하지 않으면 한국의 과학수준으로는 과학자로서 제몫을 하기어렵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56%가 「과학적인 발전에 의한 혜택이 국가간에, 그리고 개인간에 매우 불공평하게 향유되고있다」 고 대답했다.
75%의 응답자가 「자원의 고갈이란 위기는 과학의 발전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26%는 「과학이 발달할수록 환경이 오염돼 결국 인간은 생존의 위협을 받게된다」고 응답했다. 또 21%가 「과학의 생활화는 생활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고 응답했으며, 10%나 되는 학생이 「과학은 물질만능주의만을 부채질하므로 더 이상 발전시켜서는 안된다」고 극단적인 우려를 표시했다.
또 74%의 학생이「과학적 지식은 실험적으로 증명된 진리이기 때문에 믿어야한다」는 맹신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가 하면 「새 공장을 지은뒤 고사를 지내는것」도 35%의 학생이 인정했다.
이밖에도 여자는 「훌륭한 과학자가 될수없다」는 학생이 10%나 되었으며, 37%의 학생이 「과학에 관한 적성은 교육적환경에 의해 길러지는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조사대상자들의 배경분석에 따르면 과학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학년이 높을수록▲인문사회계보다는 자연과학계의 학생일수록▲어려서부터 과학에 흥미가 많았을수록▲농촌보다는 도시의 학생들의 인식이 올바르고 태도가 더 긍정적이었다.
또 신문·잡지·TV등에 실리는 시사과학기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일수록 인식및 태도가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간에 인식의 차이는 없었다. 태도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대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대체로 부족하고 태도가 미온적인데 대해 박승재교수는 『과학이 풍토화 되어있지 않아 과학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걸면서도 명확한 이해와 신념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전문과학교육뿐만이 아니라 과학자를 포함해 모든 계층에 교양과학교육을 강화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덕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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