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활성화로 세수 늘려야” 증세 없는 복지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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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은 6일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회의에서 “ 증세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원유철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주부 이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문제에 관해선 2012년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6일 “지금 증세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의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세수도 늘려 그런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 주지 않고 해보겠다는 취지였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박근혜 정부 복지정책의 밑바탕은 ‘증세 없는 복지’다. 먼저 정부 씀씀이를 줄이고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증세 없이도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 대신 경제 활성화에 힘을 써 경제 규모 자체를 늘리겠다는 그림도 그렸다. 대개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세수는 2조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므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생기면 세율을 높이지 않고도 세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는 주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

 이런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은 2013년 2월 정부 출범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대선 공약을 실현하려면 135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면서 경제전문가 사이에서 증세 없이는 복지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입장은 굳건했다. 취임 후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지금 증세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공약 이행 시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 세금을 거둘 것부터 생각하지 말아주기 바란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경제팀도 보조를 맞춰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최근 “증세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당 쪽에서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증세론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일단 정부를 대표해 최 부총리가 증세론을 막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복지와 증세는 국민적 컨센서스(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는 예민한 사항”이라며 “국회가 국민적 합의를 먼저 도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선 “성역화한 적은 없다”면서도 “세율을 올린다고 해서 중장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재차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한 건 경제팀을 다잡고 증세론에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다. 국회가 증세 논의에 앞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등 ‘세수 확대 노력’부터 먼저 하라고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박 대통령이 “법이 통과가 안 돼서, ‘그것은 청년 일자리를 막는 죄악’이라고 얘기를 한 적도 있고, 서비스 관련 규제를 막는 법 통과를 위해 지금도 호소하고 있다” 고 한 건 그런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선별적 복지 논쟁과 관련해서도 “보육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투자”라며 대선 때 약속한 무상보육 을 재확인했다. 다만 야당의 공약이었던 무상급식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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