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10월] 장원 이선희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유독 경쟁률이 심한 10월의 시조백일장이었다. 심사는 예상보다 한 시간을 넘겼다. 유재영 심사위원은 "이거, 신춘문예 수준인데"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장원작이 선정됐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35세 주부 이선희(사진)씨의 '달빛 차'다.

전화로 수상 소식을 전하자 장원은 등단 소식이라도 들은 듯 기뻐했다. 몇 번이고 수상 사실을 되물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이번이 두 번째 투고였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요, 시조 공부를 착실히 쌓은 것도 아니었다.

"대학 시절 우연히 동화작가 고 정채봉 선생을 만나 동화와 동시 공부를 하게 됐어요. 동시를 써보다 시조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요. 시조시집 몇 권을 읽어보긴 했지만 별도로 공부를 해본 적은 없어요."

장원은 지금 동네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참신한 글쓰기와 분명한 논리 전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자신 작품도 비슷하게 된 듯싶다. 이정환 심사위원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표현력에서 장래성이 보인다"고 평했다.

시조시인 등단 자격을 부여하는 연말 장원 얘기를 꺼내니 "시조백일장 투고는 시인의 길을 가기 위해서라기보다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를 스스로 진단해보는 계기였다"고 소박하게 답했다. 시조를 아끼는 일반 독자가 의외로 많다는 걸 10월 백일장에서 확인했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