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단 외국인 모터보트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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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랑프리 세계 챔피언십'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는 스트로모이(左)와 프라이스. [김춘식 기자]

28, 29일 이틀간 한강 잠실지구에선 모터보트들이 쏜살같이 강물을 가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국제모터보트경기연맹(UIM)이 해마다 전 세계를 돌며 주최하는 '그랑프리 세계 챔피언십' 대회가 한국 최초로 열린다. 모터보트 중 가장 빠른 'F1 보트'(배기량 2300㏄ 이상, 평균시속 200km) 대회가 지난해 한국에서 열리려다 시범쇼 형태로 그친 적이 있다. '그랑프리 보트'(배기량 2000㏄ 이상, 평균시속 170km)는 'F1 보트'보다 안전하고 대중적이라 이번에 정식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F1 보트'보다 처진다고는 하지만 '그랑프리 보트' 역시 조금만 실수하면 배가 전복돼 고난도의 조종기술이 필요하다. 명색이 대회 주최국인데 아직 국내엔 이 배를 조종할 사람이 없어, 주최 측은 고민 끝에 용병 두 사람을 데려왔다. 노르웨이의 가수 겸 모터보트 선수인 마리트 스트로모이(29.여)와 세계 랭킹 3위의 노장 선수 제이 프라이스(47.미국)다.

스트로모이는 노르웨이에서 그룹 '블리스트'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노래보다 모터보트에 대한 애정이 더 크단다.

"아버지가 모터보트 레이서이자 오슬로에서 보트숍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모터보트와 함께 컸다"고 말한다. 그는 '바이킹의 후예'답게 16세 때 비교적 작은 보트인 T250급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다. 조금 더 큰 S-550급에서 96, 98, 99년에 유럽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두 종목 모두 남녀 구분없이 치러지는 경기다.

그랑프리급에선 올해 세계 랭킹 10위에 올라있다. 여자 선수 중 단연 최고다. 이번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 것과 관련, 그는 "오슬로에 있는 한국 식당에 자주 갔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매콤한 제육볶음이다. 한국 사람들이 친절해 호감이 있던 차에 한국팀 선수로 뛰어보라는 제의를 받아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다. 스트로모이는 29일 이번 대회를 기념해 서울 잠실시민공원에서 열리는 '재즈잇업 페스티벌'에 나가 노래도 부를 예정이다.

또 한 사람의 용병 프라이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에 있던 집을 잃었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나오는 첫 대회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 대한 집념이 강하다"는 그는 "현재로선 집이 없어 한국을 고향처럼 생각하고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현재 랭킹 3위인 그가 이번에 1위를 하고, 함께 출전한 랭킹 1, 2위 선수가 3위 이내로 처진다면 올해 월드챔피언도 바라볼 수 있다. 만약 그가 우승하면 모터보트 사상 최고령 챔피언이 된다. 그는 1996년 월드챔피언에 오른 바 있다.

이번 대회엔 16개국에서 24개 팀이 출전한다. 최고의 볼거리는 29일 20여 대의 보트가 스타트 라인에서 동시에 출발, 최고의 스피드로 1800m 코스를 35~40바퀴 달리는 '그랑프리 레이스'다. 28일엔 두 대씩 경쟁을 벌이는 토너먼트 방식의 '매치 레이스'와 최고 속도를 측정하는 '스피드 레코드 콘테스트'가 치러진다.

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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