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시각서 통일이념 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전국31개 대학 1백여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통일을 향한 진지한 논의를 벌여 관심을 모았다. 지난 26∼27일 경남대(총장 윤태림)에서 열린 제5회 전국대학생 통일문제 심포지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최, 「통일지향적인 이데올로기의 정립」이란 주제로 모인 이번 심포지엄에선 「조국통일의 당위성과 과제」(발표자 이혁섭 충북대 국민윤리학과4년), 「남북한 통일방안의 비교」(박찬권 전주대 경영학과4년), 「통일조국의 미래상」(한명숙 숙대사학과 3년), 「대학인의 통일의식과 역할」(김경환 경남대 행정학과4년)등 4개분과 회의와 종합토의가 있었다.
특히 이번 심포지엄에서 대학생들의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통일이념의 정립을 한국민족주의 시각에서 논의한 점.
이혁섭군은 『통일이념으로서의 민족주의는 모든 이념·체제이해를 민족이념으로 흡수하려는 통일이념이며 민족적 주체성을 근간으로 한 통일이념』이라고 주장했다.
박재규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민족의 화합을 통해서 통일을 성취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남북쌍방이 공감할수 있는 통일이념의 정립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다행히 최근 학계 일부와 젊은 지식인들간에 통일이념의 정립이 한국민족주의의 시각에서 조심스럽게 논의되고 있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민족주의가 그 민족이 처해있는 역사적인 현실에 가장 탄력성있게 부응해가는 개념이란 점에서 이런 논의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조국통일의 당위성과 과제」를 다룬 제1분과에선 통일의 저해요인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을 폈다. 대학생들은 통일문제가 정치에 이용되거나 체제의 합리화수단으로 쓰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체제의 정통성은 유엔등 외부에서 구하기보다 내부의 민주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란 주장도 폈다.
대학생들은 통일의 국내적 저해요인으로 ▲지식인의 허위의식과 가식 ▲정치인외 권위주의 ▲기득권에 대한 집착등을 들었다. 「대학인의 통일의식과 역할」을 다룬 제4분과에선 일부 분단고착화 의식에 대한 경계, 논리적 체계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흘러 설득력이 약한 반공교육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통일정책이 어느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국민의 문제로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대학생 자신이 자주통일의식의 확립을 위해 철저한 문제의식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고 보았다.
이번 심포지엄을 지켜본 일부 교수들은 대학생들의 건전한 통일논의를 북돋우기 위해 현재 학계에 흐르는 통일문제에 대한 비관주의·냉소주의를 경계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아울러 지난70년 고려대 아연의 통일문제 첫회의 이후 1백여차례의 학술회의와 수천편의 논문이 양산된 이 마당에 「이제 무엇이 문제인가」하는 근본적인 검토를 할 싯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았다.
『통일문제를 구체걱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그저 막연하게 됐으면 좋겠다하는 정도 였지요. 이번에 이런 모임에 나와 많은걸 구체적으로 느꼈어요. 통일 문제를 다루는 데는판에 박은 형식을 피하면서 무관심과 푸대접을 흔들어 깨우는 정책적 교육적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이런 모임에 처음 나왔다는 이효숙양(숙대사학과3년)의 얘기였다.

<마산=이근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