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카친스키 대선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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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통령에 당선된 레흐 카친스키가 23일 바르샤바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뒤에 보이는 독수리 문양은 폴란드의 국가 상징물이다. [바르샤바 AP=연합뉴스]

폴란드 대통령 선거에 중도 우파인 법과 정의당 후보 레흐 카친스키(56)가 승리했다. 현재 바르샤바 시장인 그는 23일 치러진 결선투표에서 보수성이 훨씬 강한 시민강령당 후보 도널드 투스크를 누르고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폴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최종 개표 결과 카친스키가 54%를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1차 투표에서 1위를 했던 투스크의 지지율은 46%에 그쳤다.

부패 일소와 도덕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법과 정의당은 지난달 총선에서 제1당이 된 데 이어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두어 더욱 유리한 입장에서 시민강령당과의 연정 협상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카친스키의 승리에는 같은 당 당수인 일란성 쌍둥이 형 야로슬로프의 총리직 포기가 큰 보탬이 됐다. 형은 동생의 대선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총리직을 당내 경제 전문가인 카지미에르즈 마르친키에비츠에게 양보했다. 형제가 국가 최고위직을 나눠 갖는 것에 거부감이 있던 국민의 동정표가 쏟아졌다. 폴란드에서 대통령은 외교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군 통수권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일반 국정은 총리가 맡는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했던 카친스키가 결선투표에서 역전승을 거두게 된 것은 실업자.빈민.농민 등 빈곤 소외층의 표가 그에게 몰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도시 중산층과 젊은 층의 인기를 업고 과격한 시장중심적 경제 개혁을 주장하던 투스크 후보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틈새를 카친스키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그의 사회보장 확충 공약이 먹혀들었다는 얘기다.

?카친스키는 누구=어릴 때 형과 함께 '달을 훔친 두 사람'이란 영화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1970년대 공산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나서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연대노조 지도자였던 레흐 바웬사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하원의원.법무장관도 지냈다. 2001년 형과 함께 법과 정의당을 창당했고 2002년 바르샤바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폴란드의 전통적 가치관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명을 법과 정의당으로 지었을 정도로 부패 청산과 사회정의 의지가 강하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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