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일 외교 분리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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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파문을 계기로 정부는 향후 한.일 양국 간의 필수불가결한 외교적 교섭은 정상적으로 수행하되 정부의 판단여지가 비교적 많은 '선택적 외교행위'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4일 밝혔다. 정부는 21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장관급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대일외교 정책 지침'을 마련했다.

관계자는 "한.일 양국을 오가며 개최돼 온 정상 간의 셔틀(shuttle) 외교는 시급한 이슈를 다룬 것이 아니었으며 필수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선택적 외교행위"라고 말해 12월 일본에서 열릴 것으로 예정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취소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이 11월에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주요 참가국인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고 11월 초순 6자회담과 관련해 한.일 협의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외교장관의 방일은 필수불가결한 외교교섭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는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2박3일의 일정으로 27일 일본을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반 장관은 지난 19일에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방일 추진은 분위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었다. 고위전략회의는 이와 함께 "한.일 양국 관계의 악화를 원하지는 않지만 양국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추가적 노력은 신사참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도 정리했다.

고위전략회의는 특히 한.일 양국 정치인 간의 의례적인 친선 교류는 시행하되 야스쿠니 신사 참배자와 비참배자를 구분해 대응한다는 지침도 정했다.

일본의 내각 구성원들도 이 같은 분리 대응의 대상이다. 이에 따라 각료를 포함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정치인들은 방한 시 대통령 접견이나 정부 공식 행사 등의 예우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최훈.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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