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투하 원폭 시민살상 노렸다"|미 스탠퍼드대 번스타인교수 폭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히로시마(광도), 나가사끼(장기) 등 일본본토에 대한 미국의 원폭투하는 『군사목적에만 한정된것』(「트루머망 대통령회고록)이 아니라 일반시민을 대량 살상하는데도 목적이 있었다고 미 스탠퍼드대 역사학부의 「버튼·번스타인」교수(47)가 폭로, 주목을 끌고있다. 「번스타안」교수는 곧 출간될 자신의 저서에서 영국정보부가 원폭투하지역에 미국인포로가 있다고 경고했음에도 미국정부는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하고있다.
「번스타인」교수가 입수한 극비문서에 따르면 45년7월31일 「스팀슨」미육군장관 주재로 원폭투하에 대한 최고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벨상수상학자인 「로런슨」박사(사이크로트론 발명자)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원폭을 직접 일본에 투하하고 싶지 않다. 우선 미국의 사막 등에서 세계각국의 대표자들을 불러 그 위력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멤버들은 『만약 원폭이 불발이 되는 경우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 어쨌든 일본에 투하하자』고 결정을 보았다는 것.
투하지점의 선정도 『군사시설에 한정하자는 과학자의 주장에 미군측이 반대, 결국 민간인을 대량살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번스타인」교수는 밝혔다.
인류최초의 원폭은 효과반경 1.8㎞. 「번스타인」교수가 입수한 미공군사(대외비)에 따르면 『히로시마의 주택밀집지·상업지구에 투하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으며 투하시간은 상오 8시15분, 『공장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하고 어린이들이 집밖에 놀러나오는 시간대를 노렸다』고 「번스타인」교수는 주장했다.
그러나 「트루먼」대통령은 회상록에서 『원폭은 부녀자들을 피해 군사기지에만 한정해 썼다』고 밝혔다.
히로시마원폭투하로 호송중이던 미국인 포로 23명이 사망한 것을 45년10월9일 국제적십자사가 확인했음에도 미당국은 발표를 숨겨왔다고 한다.
45년7월30일자 미전략공군사령부의 극비전보에 따르면 동사령부는 나가사끼에 미국인 포로수용소가 있음을 확인, 워싱턴에 타전했으나 원폭투하는 강행되었다는 것이다.
「번스타인」교수는 「트루먼」대통령의 내정·외교정책을 연구하던 중 미군포로들의 희생에 관심을 갖기 이같은 사실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번스타인」교수는 미국정부가 이같은 내용을 비밀로 숨기고 있는 이유에 대해 『미국민의 반이상이 지지한 원폭투하로 미군병사들이 죽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여론이 비판쪽으로 몰아서 제 2차 대전직후의 냉전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핵전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번스타인」교수는 이러한 발견들을 근거로 「핵군축에의 길」(가제)이라는 책을 출판할 예정인데 『미외교문서의 공개는 군사기밀에 관한 한 아주 엄격해 78년에 자료를 구한 것을 지금에서야 몇 점 입수할 수 있었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