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망향비애 『북간도의 한인들』출간|〃41년전 헤어진 아버지·오빠찾으려고 이 애달픈사연을 띄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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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라디오 전파를 통해 이산의 아픔과 망향의 설움을 달래는 북간도 동포들의 애절한 사연이 한권의책으로 엮어졌다.
「북간도의 한인들」-.
이산가족찾기운동을 통해 흩어겼던 핏줄이 속속 이어지는 가운데 KBS가 펴낸 이책은 이산과 망향의 또다른 비애를 일으켜 읽는이의 가슴을 뭉클케한다.
「북간도의 한인들」은 KBS의 사회교육방송 「망향의 편지」와 「공산권 동포에게」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0여년동안 오고간 사연들을 모은것.
「중공에서 온 편지」「귀국동포가 드리는 글」「망향시」등 슬픈 사연과 함께 동포들의 생활상 해설이 2백87페이지에 걸쳐 펼쳐져 있다.
『오늘 저는 저녁상을 물리고 퇴창가에 놓인 책상과 마주앉아 KBS 라디오방송을 듣던 끝에 서로 갈라진지 41년이나된 아버지 김인숙, 오빠 김춘옥, 언니·여동생을 찾으려고 필을 들었읍니다…』
길림성의 김명자씨(56·여)는 일제때 15살의 몸으로 70원에 팔려 중국으로 끌려간 사연을 적어 가족을찾고싶다고 호소했다.
「망향의 편지」프로그램에 소개된 동포들의 사연은 관계기관을 통해 국내의 이산가족과 이어지기도한다.
『영아, 틀림없는 네 오빠의 목소리다. 들어보아라』
길림성의 김영씨(여)는 「공산권 동포에게」프로그램에 나온 오빠 영식씨의 목소리를 듣고 『기쁨과 슬픔으로 흐르는 눈물을 억재할수없었다』며 중공에 있는 친척들의 소식을 전해왔다.
중공당국이 작년7월 밝힌 인구조사통계에 따르면 중공의 우리동포는 1백76만4천명.
소수민족으로는 11번째 많은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동포 거주지역은 길림설·요령성·흑룡강설등 동북3성에 95%가 살며 「연변조선족자치구」와 「장백조선족자치현」등 두곳의 자치구역을 갖고있다.
「연변조선족자치구」에는 지난80년 「연변TV방송국」이 세워져 우리말 방송이 실시되며 「연변일보」(한글판·중국어판)와 「연변인민라디오방송국」(하루3회 우리말방송)도 있다.
연변자치구의 공용어는 우리말이 중국어와 함께 쓰이며 49년 설립된 연변대학엔 동포학생이 80%를 차지하고 있다.
죽간도의 동포들 은농업종사자가 많으며(80%)명절과 생활풍습도 모국의것을 그대로 지키고있다.
요령성의 이민자씨(여·간호원)는 『추석을 하루앞둔 달이 둥그렇게 떠있읍니다』라고 필두를 시작하며,둥근달을 보며 부모님께 큰절을 올린다는 애닯은 사연을 적고있다.
『오늘도 그리운 남쪽고향을 생각하며 광활한 대지위에 나홀로 서있거늘/내묻노니 남쪽이 그어디냐…』길림성의 박숙자씨(여)는 「단꿈」이란 망향시를 써보내왔다.
KBS 사회교육방송에 날아드는 동포들의 편지는 매월 수백통에 이른다.
또 이방송을 통해 조국의 핏줄과 전파의 가교를 이룬 동포들의 수도 적지 않다.
『할멈, 내가 살아서 당신곁으로 돌아왔소. 나도 반백이 다된 할아버지가 돼서 이렇게 돌아왔소』
일제의 강제징용을 피해 중국으로 피신했던 박공술씨(의사)는 42년만에 조국에 돌아와 부인과 아들·손자와 상봉하던 때를 눈물겹게 기록하고 있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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