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철학놀이로 아이들 사고력 길러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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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람들이 철학을 어렵게 느끼는 것은 철학자들의 사상을 암기 위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유아 때부터 암기보다는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3~7세 어린이들이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철학을 배우고 익히는 프로그램을 만든 조선희(47.여.진주 국제대 유아교육과)교수.

그는 최근 이 같은 프로그램을 담은 어린이 철학놀이 교재 '아이 소크라테스' 12권을 펴낸데 이어 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유치원을 17일 개설했다.

경남 진주시 평거동 1061평에 연면적 700평(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은 유치원은 교실 13개와 너른 잔디밭을 갖췄으며 철학놀이가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건축비 30여억원은 남편(진종부.49.의사)과 가족 등의 도움으로 해결했다.

"너무 많은 돈을 들여 유치원을 짓는다고 주변의 만류가 많았어요. 하지만 미래의 우리 사회 주역들이 철학적 사고와 건전한 토론에 익숙해지면 결론이 대접받는 합리적인 사회가 앞당겨 이뤄지리라는 확신이 있어 강행했어요."

'철학+놀이' 형태인 철학놀이는 교재에 나온 동화에 호기심을 느낀 어린이가 9단계 (탐정→궁금→상상→탐구→배려→요술→토론→구성→표현) 놀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도록 짜여있다. 중간 중간에 마술과 노래, 탐정놀이와 연극 등이 가미돼 재미있게 진행된다. 교사들이 쉽게 지도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도 곁들였다.

조 교수가 유아 철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 전 미국 뉴저지주의 아동철학연구소(IAPC)에 교환교수로 갔다가 미국교육학자 립맨의 청소년용 철학교재를 처음 읽은 뒤부터라고 한다. 초등~고등학생 용으로 제작된 이 교재는 내용이 너무 딱딱해 청소년들이 싫증을 쉽게 느낄 수 있다고 판단, 귀국 직후 토종 어린이용 철학교재를 개발하게 됐다는 것이다.

진주=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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