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피난민들 빈 들판으로 돌아가게 할순없다|대통령, 미군측에 추수기전 실지회복재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9월10일.
김홍일장군이 아침에 찾아왔다. 국회의원 이종현씨도 왔다. 미군정시절 그의별명은「더티·코트·리」 였다.
이의원은 조내무장관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그를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끝까지 싸울것이라는등 대통령에게 강변을 늘어놓았다. 사람들은 국회의원중엔 정말 좋게보아주기 힘든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들했다.

<경호없는 친찰 걱정>
대통령은 곡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굳이 국회문제에 나서려 하지않았다. 국회란 항상 세상일을 그대로 반영하는 곳이란게 대통령의 지론이었다. 웬만해선 그냥 못본척 못들은척 했고 아주 빗나간다 싶을때만 사태를 바로잡곤했다. 나라면 도저히 흉내도 낼수 없는 인내심이었다.
대통령이 경주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있다.
너무 무방비로 돌아다니는게 아니냐고 사람들의 걱정이 대단하다. 오늘아침에도 비서와 경호경관들은 모두 비행장에 남져둔채 F-51기를 홑로타고 떠났다. 적의 야크기가 오늘도 떴는데-.
9월12일.
아침에 손원일해군참모총장이 대통령에게 작별인사를 하러왔다. 3천해병을 이끌고 정오에 배로 뗘난다고했다. 울산쪽 동해안에 12척의 큰함정들이 대기중이라는 것이다.
한달쯤전 대구에서 일본으로 훈련차 떠났던 8천명의 한국군장병들도이번에 돌아와 미군과함께 상륙작전을 벌이러간다고 한다. 상륙지점은 목포라는 말도 있다.
저녁무렵 대구에서 국방장관이 와 대통령에게 빈도에 있는 피난민촌을 방문할것을 권했다. 대구와 부산사이 중간쯤에 있는데 기차를 타고 3시간, 다시 지프로 45분 걸리는 곳이다.
신장관은 또 총공격이 계힉됐으나 일본을 덮친 태풍때문에 연기해야 될듯하디고 보고했다.
밤새 바람이 미친듯 불어댔다. 도대체 어찌될 것인가. 바람 불거나 비오는 날이면 공군기들이 적을 공격할 수가 없다.
9월13일.
아침에 조내무가 대구에서 전화로 대통령이 피난민촌을 방문할거냐고 물었다. 우리쪽에선 아직 결정을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화로 공공연하게 대통령의 움직임이 거론된다면 우리가 어떻게 조용히 다녀올수 있겠는가. 그래서 전화가 끝난 즉시 방문일정을 취소했다. 안그래도 날씨가 나빠 거동엔 좋지 않았다.

<추수는 우리손으로>
윤치영씨와 유엔총회대표들이 오늘 신임장을 받았다. 미시카고트리뷴지의「시먼즈」 기자가 왔다. 국회를 비난하는 기사를 쓰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회도 결국은 국민들의 뜻을 따르지 않을수 없을것이므로 지금 당장은 어떻게 행동하든 별 문제가 안된다고 말했다. 아뭏든 어떤기사를 쓸지 주목된다.
그는 우리 상룩작전을 종군취재할계획이다. 임병직장관은 「매코믹」 대령에게 주겠다고 소련제권총을 하나 가지고 간다고 한다.
태풍은 오늘밤 9시쯤 가라앉을거라고 한다. 아군은 이미 인천과 군산을 포격중이다. 포항지구에서도 밀고올라가기 시작했다. 신의 가호를. 미군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인정해야겠다.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추수기 이전에 공격해야한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재촉했었다. 피난민들에게 추수가 끝난 빈 들과 부서진 집에 몰아가라고 할수는 없지않으냐 등등의 이유다. 추수를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다면 전쟁의 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셈이다.
「워커」 장군은 마침내 이같은 우리의 열망을 실현하기위해 힘을 다했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편에 계시다. 누가 감히 우리와 대항해 싸울수 있으랴.
조그마한 비행기로 경주에 간 대통령이 예정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않아 무척 걱정했다.비행기는 초저녁 5시15분이 돼서야 도착했다.
얘기를 들어본즉 별다른 일은 없었지만 경주에서 꽤 드릴있는 경험을 한모양이다. 미군부대는 경주안에 있지만 한국군사령부는 시바깥 3km쯤 떨어진 곳에 있다. 그폭으로 차를 몰고가는데 머리 바로 위로 포탄둘이 씽씽 날더라는 것이다. 알고보니 부근 산속에 포진지를 구축하고있는 적의 유격대를 겨눈 미군측 포격이었다.

<정장군 위기일발>
대통령을 맞은 한국군사령부에선 매우 반가와했다고 한다.ㅍ전혀 예고치 않았던 불시방문이었기 때문이다.
경주서 대통령은 「처치」 장군과도 만났다. 그는 막사에서 반쯤 취해서 카드놀이룰 하고있더라는 얘기다.
정작 아슬아슬했던건 정일권장군이다. 조금 앞서의 일인데, 부산으로 비행기룰 타고가던 도숭 야크기2대의공격을 받았다. 대통령이 탄 비행기인즐 안 모양이다. 대통령이 경비행기를 타고 다니리라고야 생각이나 했을까. 정장군 비행기는 적탄을 맞긴 했지만 무사히 내려앉았다.
9월16일.
상오9시률 기해 모든 전선에서 층공격이 시작됐다. 날씨가 또 궂다. 가신줄 알았던 태품이 다시 횡포를 부린다. 어제 하오 「맥아더」 장군이 인천 상륙에 성공했다고 한다. 공식발표나 보고는 아직 들어오지않았다. SCAP (연합군최고사령부) 방송으로 들어 알뿐이다.
인천작전은 해군과 해병대가 주도하고 었기 때문에 「워커」장군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한다. 비행기로 지원폭격도 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좀 이상하지만 그게 미육군과 해군이 이곳에서 작전하는 방식이다.
날씨가 계속 나빠 모두들 불안했다. 비행기가 뜰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항공모함 함재기 몇대가 출격해 임무를 수행했다는 보고다.
대통령은 비행단에가 전황브리핑을들었다. 여기서도 인천에 관한 내용은 전혀없었다.

<적, 산속에 숨기시작>
이쪽 전선에서도 전투는 아직 한창이다. 마산쪽만 비교적 덜한 편이다.
적군의 일부는 지리산쪽으로 도주하고 있다. 산속에 숨으려는 생각인듯하다. 당초 우리쪽 계획은 적군을 몰아친뒤 그들이 어디서 재집결하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추적궤멸한다는 것이었으나 날씨 때문에 시계가 극히 제한돼 비헹기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대통령은 「한국군에게 보내는성명」 을 발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