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투쟁 염증…망명 결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중공여객기 납치 사건의 탁장인 피고인(35)등 6명에 대한 2회 공판이 l일 하오1시 대법정에서 서울형사지법 합의 11부(재판장 안우만 부장판사·배석 최정말 판사·추심 유승정 판사)심리로 열려 변호인 반대신문과 증거조사를 모두 마쳤다.
변호인 황석연·민병국·김상철 변호사의 반대신문에서 탁 피고인은 비행기를 납치한 것은『중공의 공산주의 정치 체제와 불안정한 경제상태에 불만을 품고 자유세계인 자유중국으로 정치망명을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탁 피고인은『이어 중공은 문화혁명·4인방 타도·화국봉 실각 등 정치 퇴쟁이 계속돼 염증을 느꼈고 누가실권을 잡느냐에 따라 정치·경제 정책이 바뀌어 따르기가 힘들어 망명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양준모 변호사는 경북 변호인단이 낸 특별 변호신청서를 재판장에게 제출했으나 안 재판장은『우리나라 형사소송 절차에 들어있지 않으므로 우리나라 변호사를 통해 뜻을 전해달라』고 기각했다.
피고인들은 이날 낮 12시30분쯤 대형 호송버스에 실려와 교도관 20여명의 호위를 받으며 대법정으로 들어갔다. 연한 카키색 반팔 수의 차림인 이들은 여전히 수갑과 포승을 차지 않았으나 1회 공판때 보다는 다소 굳은 표정이었으며 마중 나온 대학기자들에 손을 흔들지도 않았다.
이들이 도착할 때쯤 법정주변에는 모두 50여명의 내외신 보도진과 대만에서 온 변호사와 화교 등이 모여 이들이 입정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특히 중공에서 탈출해 온 사람들의 모임인 홍콩유랑자협회 회원인 주경찬(40), 임명아(28)씨 부부는 태극기와 자유중국 국기가 그려진 T셔츠를 입고『반공무죄·당신들은 우리의 영웅』『한·중 인민 우의만세』라고 쓴 종이를 여행용 가방 양쪽에 붙여 머리 위에 치켜들고 탁 피고인 등이 차에서 내려올 때『자유중국만세』를 여러 차례 외치기도 했다.
반대신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탁장인(황우연 변호사 반대신문)
-피고인은 심양기계창에 근무하던 문화혁명당시 C급 간부가 무고하게「삼우분자」(반환·반 사회주의·반 인민)로 몰려 억울하게 숙청 당한 사실을 알고부터 중공정치 체제에 회의를 품기 시작했다는데….
▲그렇다. 68년 C급 간부가 숙청 당한 것을 보고 왜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느냐고 말했다가 군사관제위원회 처분으로 6개월 동안 연금된 적이 있다.
-76년초 상순에 출장해서 주은내의 유언사본을 가져왔다가 당시 4인방의「타반추요운동」(반혁명을 타격하고 유언비어를 추적)에 반한다는 이유로 대소 규모회의에서 조사를 받았고 주간에는 비판, 야간에는 노동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있는가.
▲그렇다.
-78년 중공에는「일비쌍타운동」(반혁명타격·경제범 타격운동)이 벌어지고, 76년 1월까지 소급하여 처벌했는데 피고인은 75년 11월 19일 요령성 물자국에 근무할 때 익숙치 못한 업무처리를 이유로 무고하게 처벌받은 적이 있는가.
▲다른 사람이 잘못한 일을 내가 대신 뒤집어 쓴 적이 있었다. 그때 처벌은 출장금지와 1년간 급료 인상정지를 받았었는데 8개월 후에 무고하다는 것이 해명돼 봉급을 보충해서 받았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