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반대〃편지에 눈길|"평화의나라" 부각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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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리· 안드로포프」 소련공산당서기장의 초청을 받고 소련을 방문중인 미국인소녀 「서맨더· 스미드」 양(11)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세계언론은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쏟고있다. 「스미드」양의 방문은 소련당국이 의도했던 대로 1급선전효과를 내며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안드로포프」에게 편지를 띄운 수백명의 미국인들중 소련당국이 유독 어린「스미드」 양만을 특별히 다뤄 공식초청까지 한 것은 무슨까닭에서일까.
그것은 『핵전쟁에 반대한다』 는 「스미드」 양의 편지내용이 「레이건」행정부와 핵무기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소련당국의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었다.
「스미드」 양은 지난봄 「안드로포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가 핵전쟁을 먼저시작하길 원하는지 물어보았다.
「안드로포프」는 이를 부인하는 답장을「스미드」양에게 보냈다.
이 같은 과정은 미국언론에 크게 취급됐다.
이를 지켜본 소련당국은「스미드」 양이 지닌 선전가치를 새삼 깨닫고 이를 최대한으로 활용키로 했다.
미국의 중거리핵미사일이 서구에 배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는 소련으로서는「스미드」양의 소련방문을 이용, 소련이 평화애호국이라는 점을 선전하고 「안드로포프」 의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개선하려고 한 것이다.
「스미드」양의 진지한 편지는 소련에선 미국정부가 국민의 일반적 의사를 무시하면서 군비확장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식의 선전에 이용되고 있다.
소련인들은 정부의 장력한 언론통제 때문에 「스미드」양에 관해 있는 그대로 알 수가 없다.
소련의 언론은 한편으로는 당국의 정책목표 달성을 돕고 또 한편으로는 「유해한」 서방의 사상이나 가치관으로부터 자국민을 격리시키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스미드」양의 소련방문사실을 다루는 소련언론들의 태도는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소련은 각종 정보의 자국내 유입을 제한하면서도 서방의 언론자유를 최대한 이용한다. 노보스티 통신은 미국의 언론기관들에 선전목적의 기사나 독자투고 및 논평들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 소련인들은 서방잡지의 정기구독이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소리 (VOA)와 라디오 리버티의 소련어 방송은 심한 전파방해를 받고 있으며 미국의 영화도 상영되기전 검열을 받는다.
소련당국은 이처럼 갖가지 제한을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소선전전이 효과가 크다고 불안해한다.
지난6월 당정치국 모임에서 이데올로기담당서기인「콘스탄틴· 체르넨코」는 소련이 「전면적인 정보전과 선전의 침략」을 당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소련은「스미드」양의 소련방문을 이용해 미국 등 서방세계사람들에게 평화의 이미지를 심어주려 하고있다.「스미드」양은 소련의 선전전에서 장기말 처럼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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