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눈 콩팥을 바칩니다"사형수 주영형이 마지막 베푼 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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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주영형은 사형집행직전 자신의 눈과 콩팥을 사회에 기증하고 속죄의 말을 남겨 마지막 순간에 선한 본성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
주는 1심과 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을때는 다른사형수들처럼 거의 밥도 안먹고 가끔 울부짖으며 몸부림치기도 했으며 며칠후엔 탈진상태에서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구치소 직원들이 말을 붙여도 응답도 않고 멍한 상태에서 10여일을 지내다가 교목 김준영목사의 설교에 감명을 받은 뒤부터는 성경책과 찬송가만을 통독하며 지냈다.
김목사는 『하나님 앞에 속죄하면 평안을 얻을 수 있고 저나라에서나마 밝은 생활을 누릴수 있다』고 말하며 그를 인도했다고 했다.
대법원서 사형이 확정됐을때는 그는 이미 신앙심이 두터워진 때여서 조금도 당황함이없이 평온한 표정을 가졌었다고 교도관들은 전했다.
그는 지난4월 김목사에게 세례를 받은 뒤부터는 더욱 신앙생활에 전념, 이따금 속죄의 눈물을 흘렸고 다음 재소자들에게도 『하나님을 믿으면 나같은 죄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도를 하기도 했다는것.
주가 자신의 장기기증 뜻을 밝힌것은 지난 11월 대법원 상고심에서 사형이 확정된 며칠후. 그를 신앙의 길로 이끌던 김목사에게 『숨진 제자의 넋을 위로하고 다소나마 속죄하고싶다』는 뜻을 밝혔다는 것.
그는 가끔 교도소를 찾아준 누나와 만나는 외에는 주일마다 김목사의 설교를 듣고 평일에 전도하러 오는 여집사·교인들과 함께 찬송을 부르며 집행날을 기다려 왔다고 한다.
그가 자주 읽은 성경귀절은 『하나님 앞에 영생을 얻게 되리라』는 요한복음 3장16절.
주는 9일 아침 교도관이 찾아와 사형집행 사실을 전하자 처음엔 흠칫 놀라는 모습이었으나 곧 눈을 감고 진정을 되찾았으며 교수대에 오를때에도 평온한 얼굴이었다는 것.
장기제거수술을 마친 주의 사체는 가족들에게 인계되 바로 화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포에서 반포동으로 이사한 윤상군 부모는 주의 사형소식에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빨리 잊고 싶을 뿐이다』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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