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요 불급」 수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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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반기부터 3백여 품목이 추가로 수입 자유화된 이후 소비성 수입의 증가가 눈에 뛸만큼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당초부터 예상되었고 자유화에 따른 반사적 수입증가의 측면까지 가세되어 당분간 지속될 추세로 전망된다.
자유화이후 1주일 남짓한 짧은 기간의 변화를 두고 너무 확대 해석하거나 판단의 근거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은것같다.
경험적으로 볼때 수입자유화의 가장 큰 쇼크는 1차적으로 소비재로부터 일어나는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다.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수입급증의 우려가 있는 소비재들은 거의 대부분 감시품목으로 묶어 견제할 수 있는 장치까지 마련해 놓았다.
실제로 수입신청이 급증한 소비재외 대부분이 감시품목이어서 언제든지 제동을 걸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가 우려하는것은 이런 일시적 수입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현재의 경상수지와 국제수지 구조가 전례없이 취약생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국제수지는 연초의 유가하락을 바탕으로 상당한 안정세를 유지할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의 국제수지 개선이 거의 전적으로 국내 불경기에 힘입었던것과는 달리 올해는원유가 부담 경감이 크게 기여할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상반기까지의 결과는 매우 실망적이다. 올해 5월말의 무역수지와 경상수지는 각각 8억4천만, 8억8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적자폭확대는 원유가하락에 따른 6억달러의 국제수지개선 효과까지 고려할때 충분히 우려할만한 근거가 된다.
더우기 경제수지의 골격을 이루는 여러 구조적 측면에서 볼때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크게 호전될 전망이 서지 않는다.
관심의 초점이 되는 수출은 상반기중 1백5억달러에 그쳐 당초 예상했던 연간 2백35억달러의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연구기관의 전망은 2백30억달러를 하회할 것으로 최근 수정되었지만 수출을 둘러싼 안팎의 불투명한 그림자들이 빠른시일안에 걷힐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더우기 최근에는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인 컬러TV와 철강조차 미국의 수입규제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선진공업국의 경기회복이 우리의 수출증대로 연결되기에는 아직도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상황이다.
반면 수입쪽은 두가지 요인 즉 수입자유화와 내수의 이상과열로 인해 빠른 속도로 늘고있다. 우려되는 것은 후자의 내수과열이다. 수입자유화는 현재의 수출부진으로 볼때 당장의 수입급증을 유발할 소지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수입이 늘고있는 것은, 일부자본재를 제외하면 대부분 내수과열과 관계를 맺고있다. 우려의 핵심은 바로 이점에 있다.
수출의 뒷받침이 아닌 수입의급증은 가능한한 견제되는것이 바람직한것은 다른 보전적 수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의 큰기둥이었던 해외건설수입이 크게 줄어 들었고 국제유동성의 경직으로 국제간 자본이동이 여의치 못한 현실이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국제수지방어와 개선의 첩경은 과열되고있는 일부 내수를 진정시키는 노력이 1차적인 과제이며 총수요관리를 강화하는 길이 중요한 정책수단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수출부진을 타개하는 종합적인 대책이 강구될 시기에 이르렀고 현안의 수입문제는 여러 감시·경제장치를 활용,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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