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1인3역' 벤처경영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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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병기(42.사진) 지오인터랙티브(www.clubzio.com) 사장은 1인 다역을 하는 벤처 경영인이다. 9일 세계 최대 다국적 인터넷전화업체인 '스카이프'(본사 벨기에)의 경영고문으로 선임됐다. 이 회사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 5400여만명에게 인터넷전화를 서비스한다. 또 최근 방영중인 삼성생명의 이미지 광고 '브라보 유어 라이프'에 모델로도 출연했다. 그렇다고 본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난달 신규 휴대전화(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이동통신업체에 공급하고 신규사업 개발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기획팀장 시절인 1997년 회사를 나와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용 골프게임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세웠다. 그는 "당시 전자수첩으로만 쓰여지던 PDA를 게임기로 활용하게 해주자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게임 기술은 98년부터 3년 연속 세계 최대 컴퓨터전시회인 '컴덱스'에서 MS가 선정한 우수벤처기술로 꼽혔다. 이처럼 승승 장구하던 지오인터랙티브도 2000년 벤처시장이 얼어 붙자 어려움을 겪었다. 2002년 미국에 설립한 유통법인은 부도를 내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상반기까지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지난해 연말 흑자경영체제를 만들었다. 지오인터랙티브의 주력사업인 모바일 게임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이동통신업체들이 앞다퉈 디지털 콘텐트 확보에 나서는데 힘입은 결과다. 미국.일본.중국 등 30여개 이통업체에 모바일 게임을 보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히트 단말기 '블루블랙폰'에는 축구게임 '프리킥'이 내장됐다. SK텔레콤에 이어 KTF에 퍼즐게임인'점프걸'을 탑재했다. 김 사장은 최근 인터넷전화 사업에도 뛰어 들었다. 스카이프의 국내 서비스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스카이프 서비스는 그동안 다음커뮤니케이션에 얹혀 제공됐었다. 그는 "스카이프 창업자인 니클라스 젠스트롬과 오랜 친분이 있다"며 "국내에서 독자적인 서비스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스카이프는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e베이에 26억 달러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에게 삼성생명 TV광고 출연 배경을 묻자 "광고 내용처럼 벤처도 부활을 위해 다시 브라보 하자(힘을 내자)는 뜻에서 광고에 나갔다"고 말했다. 키가 훤칠하고 호남형인 김사장은 2000년 LG텔레콤의 광고 모델로 나선 경험이 있다.

회사 경영이 안정궤도에 진입하자 김 사장은 그동안 해보고 싶던 사회공헌 사업에도 팔을 걷고 있다. 올초 '장애인 희망원정대'(대장 엄홍길)를 후원했다. 김 사장은 1차원정대와 함께 히말라야에 올랐고 12월 2차 킬리만자로 원정에도 갈 예정이다. 김 사장은 "지오는 작전지역(Zone In Operations)이란 뜻"이라며 변화무쌍한 IT(정보기술)시장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회사 이름에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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