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 "아시안컵 4강 오른 선수들, 칭찬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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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3회 연속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 울리 슈틸리케(61) 감독도 선수들의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2일 오후(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렉탱귤러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 전반 14분과 연장 후반 14분에 연속 골을 터트린 손흥민(23·레버쿠젠)의 활약에 힘입어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었다. 대회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1-0으로 이긴 한국은 8강전까지 네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4강에 진출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120분 동안 정신력을 잃지 않고 싸워준 것에 대해서는 칭찬밖에 해줄 것이 없다"면서 "결승 진출에 대한 부담은 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즐기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26일 오후 6시, 이란-이라크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 일문일답.

- 오늘 경기를 총평해달라.

"경기 중 상황마다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했다. 전에도 말했지만 지난 호주전과 같은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반엔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당황했다. 오늘부터 지면 바로 짐을 싸고 돌아가야 해서 그런 것 같다. 전반이 끝나고 후반에 들어가면서 침착성 있게 했다. 실수가 줄었다. 전반엔 패스가 5회 이상 연결된 게 없었는데 후반에 나아졌다. 연장전서는 압도적인 경기를 했다. 연장 30분 동안 보여준 모습은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

-손흥민이 경기 중 체력 저하에도 120분을 뛰며 2골을 넣었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팀의 기술적인 부분에 의문점을 가진다면 얘기할 게 많다. 보셨지만 전반엔 패스미스, 볼 컨트롤도 안되는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 팀에 확신을 갖고 있는 점은 정신력은 분명히 강하다는 것이다.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조별리그 3경기가 끝난 뒤 우리 팀의 가장 영향력이 큰 두 명의 선수를 잃었다. 모두 공격적인 선수였다. 변명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격력 약화와 리더들이 빠졌음에도 하나가 되어서 똘똘 뭉쳐 정신력을 더 강화했다. 120분 동안 정신력을 잃지 않고 싸워준 것에 대해서 칭찬 밖에 해줄 게 없다."

-팔꿈치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진 구자철 대신 남태희가 투입됐다.

"수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호주전과 동일하게 나왔다. 포백라인도 그대로 유지했고 위에 서 있는 두 명도 기성용 박주호로 유지했다. 근간이 되는 부분은 바꾸지 않았다. 구자철을 대신해 누가 들어올까라는 점인데 남태희를 투입했다. 기술력을 믿었고, 잘 살린다면 공격에서 많은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손흥민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했는데 잘 극복하고 2골을 넣고 주인공이 됐다. 오랜만에 120분을 뛰었다. 체력적인 부분으로 교체를 검토했는데 그렇게 안한 것이 잘한 판단이었다. 호주전과 비교해 스타팅 라인업이 2명 바뀌었는데 호주전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은 무리였다. 손흥민은 2골을 넣었지만 아직 100%는 아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활약을 충분히 보일 수 있다. 경기 중 볼컨트롤 실수로 빼앗기는 모습을 보였는데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를 통해 그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손흥민이 동료들 도움 받아 골 넣었는데.

"손흥민의 골은 동료들의 훌륭한 도움에 의해 나왔다. 손흥민의 위치 선정도 돋보였다. 그런 게 없었다면 골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탁월한 위치 선정을 인정해야 한다."

-기성용이 연장전에서 날개 공격수로 나섰다.

"내 결정이 아니라 선수가 먼저 측면으로 왔다. 남태희가 중앙으로 오고 본인이 측면으로 빠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수용했다. 선수들의 의견이 합리적이면 존중을 해주려고 한다. 팀을 위해 본인이 낫다고 얘기를 해줬기 때문에 수용했다."

-손흥민의 발전 가능성을 평가한다면.

"4경기를 치르면서 손흥민의 장점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 손흥민이 아팠기 때문에 몸상태가 100%로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가끔식 침착성이 부족할 때가 있다. 손흥민의 스피드나 드리블 능력이나 기술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때로는 그런 것들을 상황에 맞춰 침착하게 템포를 죽일 때를 인지해야 한다. 이번 대회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이란-이라크 승자와 준결승 경기를 해야 한다.

"양팀이 연장전에 돌입했으면 한다. 누가 올라오든지 그런 것을 보면서 대회를 치르고 있지 않다. 1위 혹은 2위로 올라가냐 8강서 누구를 만나냐보다는 우리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정신적으로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4강전도 마찬가지다. 양 팀 모두 결승에 오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부담감이 있지만 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즐기라고 요구하고 싶다."

-선수들 체력이 걱정되는데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내일 시드니로 이동을 해야 해서 오늘 경기장에서 바로 회복훈련을 실시했다. 90분 이상 뛴 선수들에게는 휴식을 주려고 계획하고 있다. 의무팀과 얘기를 많이 해서 회복에 대해 계획해야 한다. 의무팀이 며칠 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선수들이 오늘 뛴 것만 보면 절반 이상 바꿔야 할 정도로 체력적인 문제가 있었다. 오늘 아침에도 얘기를 했는데 '선수들도 다 인간이고 경기가 잘되는 날도 있으면 안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항상 투지 넘치는 플레이, 한 발 더 뛰는 플레이를 해달라'고 말했다. 이러한 부분이 90분이 지나고 120분까지 이어지며 잘 나타났다. 경기 뒤 지쳐서 쓰러지는 것은 당연하다."

멜버른=김지한 기자 han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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