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이 사람!] "달콤한 야콘 맛에 푹 빠져 볼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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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에서 야콘 농사꾼으로 변신한 강성식씨가 야콘 뿌리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남미가 원산지인 야콘은 뿌리 모양이 고구마와 비슷하나 맛은 배처럼 청량감이 있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 건진리의 10여 가구 마당에는 잎과 줄기가 큰 이색 작물이 자라고 있다. 이 마을에서 야콘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강성식(39)씨가 조금씩 나눠 준 것이다. 강씨는 주민들에게는 '야콘 박사'로 통하지만 실제로는 식물 재배와는 전혀 무관한 학력과 이력을 지닌 인물이다.

충남대 화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딴 강씨는 1995년부터 ㈜한화 대전공장의 우주항공팀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 팀은 당시 한국항공연구원이 민간기업 연구원들과 함께 개발중이던 국내 최초의 다목적 인공위성 '아리랑 1호'(99년 12월 발사)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었다.

농촌에서 자라나 농작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95년 연구원 생활 초기 우연히 외국 문헌에서 '야콘'이란 희귀작물을 접한 뒤 인터넷을 뒤지며 자료를 수집했다.

재배법을 연구하기 위해 96년에는 결혼과 함께 신접 살림도 직장이 있는 대전이 아닌 옥천에다 차렸다. 그는 "생김새가 특이해 보는 순간 뭔가에 홀린 듯한 호기심과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그는 야콘 재배에 승부를 걸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냈다. 주위에서 반대가 잇따랐다. 공무원인 부인도 "이혼하겠다"며 말렸다. 하지만 누구도 그의 결심을 바꾸지 못했다.

지난해 남의 땅 700평을 빌려 야콘 농사를 처음 지은 강씨는 올해 재배 면적을 2500평으로 늘렸다. 판로 개척을 위해 5월 전자상거래 사이트(www.yaconlove.com )도 개설했다. 현재 회원수가 500여 명에 달한다.

그가 재배한 야콘은 뿌리 부분이 10㎏당 1만5000~5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평당 순수익이 인삼과 비슷한 1만원 선으로 벼.감자 등 일반 농작물보다 훨씬 높다"는 게 강씨의 설명이다.

강씨는 '지당(地糖)'이란 브랜드를 만들고 일본의 야콘 가공 전문업체와 기술을 제휴, 기능성 식품 제조법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그는 "내년쯤 전국 생산자협회를 만들어 일반 농가에 야콘을 본격 보급하고 냉면.비빔밥 등의 요리법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야콘(yacon)=남미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국화과의 다년생 식물. 뿌리 생김새가 고구마와 비슷하고 당도가 높다. 잎으로는 차(茶)를 만들 수 있다.

뿌리는 칼로리 함유량이 적은 반면 천연 올리고당과 식물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 변비 개선 등에 효과가 있다. 85년 일본에서 도입돼 현재 전국 20여 농가, 5만여 평에서 재배되고 있다.

옥천=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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