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신문들 편집국 개혁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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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문과 신문, 신문과 방송 등 동종.이종 매체 간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무기는 독자.시청자에게서 신뢰를 얻는 것이다. 기사 왜곡이나 오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떤 뉴스 제작 시스템이 기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가. 최근 선진 신문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편집국 개혁'이다. 복수 편집국장 제도를 도입하고, 여러 매체의 편집국을 통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최고 권위지인 아사히신문은 2일 이례적으로 2명의 편집국장을 임명했다. 일일 신문 제작을 책임지는 국장과 인력개발.기획 조사를 담당하는 국장이다. 인력개발 쪽에 힘을 실어 줘 결과적으로 기자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자에 대한 투자 없이는 기사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조치는 1월 NHK에 대한 정치권 외압 의혹을 제기한 보도가 '확인 부족'으로 결론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뉴욕 타임스도 편집국장이 2명이다. 한 명은 일일 기사 계획 및 중장기 지면 계획을, 나머지 한 명은 제작공정.예산.인사관리 등을 담당한다. 옴부즈맨 역할을 하는 '공익 에디터', 기자 윤리를 점검하는'스탠더드 에디터'까지 있다.

미국 마이애미 헤럴드지는 한걸음 더 나간다. 아예 5명의 편집국장이 존재한다. 이들은 각 섹션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으며, 신문의 얼굴인 1면은 함께 조율해 만든다. 분산과 집중이 결합된 형태다. 독일의 권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도 각 섹션을 책임지는 5명의 발행인을 두고 있다. 편집인이나 편집국장이라는 직함은 없다. 각 섹션 책임자가 있을 뿐이다. 또한 미국 워싱턴 포스트와 LA 타임스는 국장 1명에 국장 대리를 1~2명씩 두고 있다. 각 섹션은 부국장 혹은 에디터 책임 체제로 돌아간다.

세계적인 추세는 이렇게 편집국(뉴스룸)에서 집중과 선택을 강화하는 것이다. 책임을 분산시켜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집중해야 할 부분엔 인력을 강화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아웃소싱을 하기도 한다. '보는 신문'이란 컨셉트로 성공한 미국 USA 투데이의 경우 소속 사진기자는 5명만 두고 있을 정도다.

뉴스룸의 통합도 대세다. 경영의 효율성을 위해서다. 독일 악셀 스프링어그룹은 2001년 전국지인 디 벨트와 지방지인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를 하나의 편집국으로 통합했다. 취재기자들은 지면의 성격에 맞춰 두 개의 기사를 작성한다. 독일에선 또 다수의 지역신문사가 정치.경제.스포츠 등의 기사를 공동 편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시애틀 타임스 등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신문의 결합을 강화하고 있다.

또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엔 '멀티미디어 데스크'라는 제도가 있다. 계열 신문.방송.잡지 간 커뮤니케이션을 중계한다. 예를 들어 TV 뉴스에서 신문기자의 출연을 요청할 때 멀티미디어 데스크에 의뢰하면 된다. 그런가 하면 영국 4대 권위지인 텔레그라프.더 타임스.가디언.인디펜던트 모두 일요판을 발행한다. 주중에 발행되는 신문보다 부수가 많을 뿐 아니라 신문값도 두배 이상이다. 제작 방식과 철학도 다르다.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차별화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김정기 학장은 "정보화 시대, 독자의 다양한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분권화되고 자율적인 편집국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도 기자의 전문성을 높이고 제작의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모델이 많이 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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