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금융산업, 한국 경제 재점화의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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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
보험개발원장

최근 두 개의 화젯거리가 있다. 하나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제시장’이란 영화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가족을 위해 평생을 희생한 한 평범한 아버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또 하나는 올해 구매력 기준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한국이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 되고, 다음해엔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연구보고서다. 해방 70년 만에 일본을 추월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세계 경제 규모 2위를 한 때 기록했던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이 기간 성장했다. 두 화젯거리 모두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아버지 세대에 대한 찬양과 과거의 향수를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2015년 현재 우리는 어떨까. 가계부채 급증, 고용 부진, 경기 침체 등으로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물론 베트남, 인도네시아 같은 후발 신흥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다. 과거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국내 제조업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은 80년대 말까지의 경제적 부진을 떨쳐버리고 90년대 중반 이후 강한 경제력을 가진 나라로 새롭게 부상했다. 그 바탕엔 아이디어로 무장한 벤처회사의 창업을 고무하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매우 컸다고 알려져 있다. 굳이 구글과 애플의 사례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에 반해 일본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로 부상하다가 계속된 부침을 겪고 있다. 일본의 고교 졸업생은 1% 정도만이 졸업 후 자기 사업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교육 수준이 높은 한국의 노동력을 감안해 한국 경제를 고부가가치 지식기반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반면 이의 기반이 되는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세계경제포럼(WEF) 조사 결과 2007년 27위에서 2014년 80위로 뚝 떨어졌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산업은 국민이 저축한 자원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산업에 배분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성장을 견인한다. 금융은 또 독자적인 서비스 산업으로서도 고부가가치를 생산한다. 청년층의 눈높이와 열망에 부응하는 수준 높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고용 창출 산업이며 고령화와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재 상황에서 사회 안전망의 주체로서 국민 복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건전하고 경쟁력 있는 금융산업 발전이 필수적이다.

 최근 정부도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 혁신 방안(2014년 8월)을 통해 금융도 담보나 보증이 아닌 창의와 아이디어, 기술과 사업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개선책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도 민간 출자 기관와의 공동 출자를 통해 기술가치평가투자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기술가치 평가에 기초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바야흐로 금융의 서비스화를 통한 한국 경제의 재점화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관광, 보육, 법률, 회계 등 유망 업종의 체계적 육성을 금융의 측면에서 지원하고 세제, 인력 등 지원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고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제고해야 할 것이다.

 총체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금융산업이 자리매김 해야 한다. 자금 조달 문제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대형 설비 수출 분야와 혁신형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효율적인 금융 지원이 있어야 한다. 나아가 실물 부문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킴으로써 경제 활동 활성화, 고용 창출 등에 기여하는 알찬 금융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돈과 제도가 완비돼 있어도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국제시장’의 굳센 덕수처럼 종국에는 사람이 답이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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