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사회공헌 활동에 따뜻한 시선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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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사업 시작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조정남(사진) SK텔레콤 부회장이 22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도시락 업체 설립은 SK그룹이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올 상반기에 계획한 것.

SK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끄는 조 부회장은 전국에 도시락 업체를 세워 저소득층 여성과 장애인 등을 제조.배달 인력으로 고용할 생각이었다. 올 초 부실 도시락 파문이 터졌던 만큼 도시락 사업을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결식 아동들에게는 제대로 만든 도시락을 주자는 뜻에서 이 아이디어를 냈다.

올 5월에는 "130억원을 들여 2007년까지 전국에 연쇄적으로 도시락 업체를 세워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빠르면 지난 여름방학 기간 중 시작하려던 도시락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조 부회장은 "사회공헌 담당 직원을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야단까지 쳤다"고 했다. 그런데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보니 고려할 사항이 적지 않았다. 도시락 제조업체를 세운 후 시민단체(NGO) 등에 운영을 맡기려니 위생 문제가 걸렸다.

좋은 재료로 도시락을 만들어도 유통 과정에서 음식이 상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식 아동이 그걸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좋은 일 하려던 SK그룹이 덤터기를 쓸 수도 있다.

조 부회장은 "그렇다고 제조와 배달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목표 아래 SK그룹이 도시락 업체를 직접 운영하기도 힘든 노릇"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면 "대기업이 도시락 사업에까지 발을 뻗는다"는 반발이 일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조 부회장의 설명이다.

조 부회장은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지만 도시락 사업은 반드시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 안에 수도권에 업체를 하나 만들고 내년부터 지방에도 업체를 설립하겠다는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밝혔다.

그는 "그냥 성금이나 내면 속 편하다. 그러나 소외 계층이 빈곤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일자리를 주는 게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SK그룹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일자리 사업을 고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2007년까지 매년 1000억원씩을 투입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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