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독 탱크 판매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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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본=김동수특파원】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최신에 탱크라고 서로 주장하는 미국의 M-1탱크와 서독의 레오파드-2탱크가 인구 불파 6백만의 중립국 스위스에서 「한판싸움」을 벌이고 있다. 스위스육군이 구입할 예정으로 있는 4백20대의 탱크를 주문받기 위해 미·서독 두나라가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고있는 것이다.
장사속으로만 봐도 5억∼7억달러 규모의 거래인데다 이 판매경쟁에서 선택되는 탱크는 그성능의 우수성이 「꼼꼼한 스위스」에 의해 인정받는 셈이 된다는 점에서 미 서독 두나라는 갖가지 유리한 조건을 제시 「필사적」이라는 표현까지 들어가며 맹렬한 막후활동을 펴고있다.
스위스는 오는 9월초의 최종결정을 앞두고 미·서독에서 각기 2대씩의 탱크를 빌어다가 시험중이다. 두나라 탱크는 이미 지난 77년 미국에서 성능비교시험을 한차례 벌인적이 있으나 무승부로 판정이 미루어진 일이 있었다.
서독측은 당시 미국이 여러가지로 자기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성능을 시험했는데도 불구하고 레오파드-2가 우수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미국의 업자들이 그결과를 인정하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독의 주장으로는 현대식 전자장비를 갗춘 레오파드-2가 기동성이나 화력면에서 M-1보다 월등한 것으로 돼있다.
비록 미국측이 레오파드-2가 미군의 장비로 채택하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85년부터는 Y1의 105"포를 떼어내고 파괴력이나 관통력이 월등한 레오파드-2의 120"포를 달기로 한 것등이 그 증거라는 이야기다.
스위스군에 의한 테스트의 중간결과에서도 M-1이 아직 개선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레오파드-2에 비해 연료소모가 많아 1백km 주행에 5백ℓ가 들며 전차포의 발사속도도 뒤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매경쟁에서는 정치경제적인 군더더기 입김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서독은 가격할인등 푸짐한 선심공세를 펴고있다. 「정찰」로 팔면 적어도 한대에 l백80만달러는 받아야되지만 수출가격으로 훨씬싸게 해줄수도 있다는 태도다.
이에반해 미국의 M-1은 워낙 가격이 싸 유리한 입장에 있다. 게다가 스위스 주재대사「휘틀시」여사가 한달넘게 스위스각지를 돌아다니며 M-1선전 활동을 벌여 꽤 성과를 올렸다는 소문이다. 덕분에 이 여대사는 「탱크판매 선전요원」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스위스의 결정이 탱크수입에 관심있는 다른나라들에도 결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계산 때문에 두나라의 탱크생산업체(M-1은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오파드-2는 크라우스 마파이)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노골적 로비활동을 벌일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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