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약속과 사랑의 열정 사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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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9호 30면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날들’로 명성을 얻은 연출가 장유정의 연극 데뷔작. 2007년 초연 당시 섬세한 감성과 세련된 연출로 호평받았다.

연극 ‘멜로 드라마’ 2월 15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자기 통제에 철저한 우아한 학예사 서경이 젊은 드라마작가 재현과 사랑에 빠지고, 서경의 남편 찬일과 재현의 누나 미현이 엮이는 이야기다. ‘2중 불륜’을 소재로 삼았지만 통속적이거나 저속하지 않다. ‘사랑이 과연 지켜야 할 약속인가’에 관한 물음에 해답을 찾아가는 안타까운 여정이 ‘불륜은 나쁜 것이 아니라 슬픈 것’이라고 역설하기 때문이다. 본능 앞에 나약한 우리는 과연 비난의 대상일까. 사랑의 약속이 중요한지, 사랑의 열정이 우선인지가 풀리지 않는 숙제일 뿐이다. 시대의 감성을 정확히 꿰뚫는 장유정 연출이 유머와 긴장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엮어내고, 연극 ‘푸르른 날에’의 이윤수 무대 감독이 좁은 소극장 무대를 창의적으로 확장시켜 별다른 소품 없이 다양한 장면을 선보인다. 박원상·배해선·홍은희·조강현 등 배우들이 뜨거운 연기로 객석을 달군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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