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방송계를 이끈 영웅들…그에게 이 시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해밀턴 서울 GMT

임시완과 해밀턴

임시완이 속한 제국의 아이들은 대형 기획사가 아닌 스타 제국 소속이고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하지만 임시완은 연기에 재능이 있었고 꾸준히 좋은 작품을 골랐다. 그 결과 <해를 품은 달>과 <변호인>의 인기가 이어졌고 그다음에 <미생>이 있었다. 여리고 불안하지만 눈빛에는 심지가 또렷한 장그래를 연기하며 임시완은 시대의 얼굴 반열에 올랐다. 지상파 방송국은 주인공의 연애를 원했기 때문에 그런 조건을 걸지 않은 tvN이 <미생>을 제작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만약 지상파에서 제작했다면 임시완이 주인공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연애 이야기가 있었다면 임시완이 갖게 된 청춘의 이미지도 꽤 달라졌을 것이다. 청춘의 기계식 시계란 걸 골라야 한다면 해밀턴이 떠오른다. 브랜드 이미지도 가격도 모양새도, 해밀턴은 ‘청춘의 사치품’이라는 위치에 절묘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마침 2014년에는 서울 월드타이머가 나왔다. 원 인터내셔널 장그래 사원에게 이만큼 잘 어울리는 시계가 있을까.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데이 데이트 아시아 익스클루시브

나영석과 바쉐론 콘스탄틴

젊은 에이스가 보장된 성공을 두고 불확실한 자리로 갔다는 점에서 나영석의 이적은 지상파 프로듀서의 종편행 대탈주 중 에서도 상징성이 컸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나영석을 얻은 tvN은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꽃보다 청춘>으로 금요일 밤 11시를 대표하는 채널이 됐다. 방송 편성의 세계에서 ‘몇 시 하면 생각나는 채널’이 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인데 나영석은 불과 1년 만에 그 임무를 완수했다. 그리고 2014년의 <삼시세끼>는 허를 찌르는 기획과 묘한 리듬과 세밀한 캐릭터 구축으로 허허벌판 같은 설정에서도 9.7%의 순간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됐다. 늘 남과 달랐지만 시청자를 불편하지 않게 할 정도로만 살짝 달랐고,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가 되는지를 아는 남자가 만든 성과다. 고급 시계도 작은 차이가 모여 거대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세계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고급스러운 디테일도 떼어 놓고 보면 아주 작다. 그게 다 모이면 비교할 수 없는 완성도의 차이로 나타난다. 나영석의 예능 프로그램처럼.

쇼파드 L.U.C 우루시 이어 오브 고트

허지웅과 쇼파드

종편 시대가 낳은 스타 시상식에 신인상이나 상한가 부문이 있다면 수상자는 단연 허지웅이다. 논란적인 글을 쓰는 문필가였던 이 남자는 <마녀사냥>과 <썰전>을 통해 대기업의 스마트폰 광고까지 찍는 유명인이 됐다. 허지웅에 대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의 인기와 그가 만들어내는 날선 주장의 진위 여부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게 변한 지금도 스스로는 변한 게 없다는 사실이다. 그는 여전히 글을 쓰고 여전히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문체와 트위터 계정을 유지하며 여전히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두려움 없이 주장하며 여전히 책을 낸다. ‘뇌가 섹시하다’는 민망한 수식어가 묘하게 어울리는 남자의 인기 비결은 다름 아닌 강한 주관과 건강한 근면인 것이다. 2015년은 양해고 마침 허지웅도 양띠다. 쇼파드는 일본 숙련공의 기술을 사용해 다이얼을 장식한 ‘L.U.C XP 우루시 고트’를 발표했다. 만약 스스로에게 비싼 선물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태어난 해를 기념하는 이런 시계 하나쯤 사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인기는 순간이어도 물건은 남으니까.

박찬용 젠틀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