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케를 맞는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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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며칠후 친정 동생이 장가를 간다.30대에 아버님을 여의고 닥치는대로 험한 일을 하며 우리 4남매 치다꺼리에 머리가 센 어머님은 감회가 깊으신지 자주 눈물을 훔치신다. 홀몸으로 키운 자식들을 보면 볼수륵 고맙고 대견한데 위로 딸만 둘 출가시키고 이제 며느리를맞는 심정이 오죽 실레시랴!
그간 우린 얼마나 어머니 속을 썩였던지!
모든걸 알만한 큰 딸인 나도 내 결혼식 날 조차빛바랜 구식 한복을 걸친 어머님께 오늘같은날 옷좀 해입는다고 설마 굶어 죽겠냐고 종알대기나 했으니 그럴 돈 있으면 시집가는 딸 숟가락 하나라도 보태주고 싶은 그 마음을 어찌 해아렸으랴.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빈둥빈둥 겨우 애들을 키우는 나도 살다보니 속상한게 많아 내인생이 어쩌구 저쩌구 남편과 자식이란 늪에 빠진듯 도망치고 싶을때가 있는데 소갈머리 없는 자식때문에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남몰래 혼자방을 밝히며 베갯머리 적셨을 어머니의 의롭고 고단한 삶이 점점 나를 목메게한다.
이제나마 허리가 꼬부라져 잘 나다니지도 못하는 어머니의 노후를 편안하게 보살펴 드리고 싶은데 출가 외인인 나야 마음뿐, 올케를 믿을 수밖에 없는데 잘할지 어떨지 걱정이 안될수 없다.
나도 여자라 며느리 입장은 마찬가진데 내 어머니 고생했다고 죄없는 올케에게 그걸 알아달랄 수도 없고 두어번만 그런 소리하면 시누이노릇 한달까봐 속으로만 혼자 애를 끓인다. 그렇찮아도 결혼날짜를 잡은뒤로 여자쪽에만 신경을쓰는 동생이 못미더워 한마디 했더니 어머니는오히려 나를 나무라신다.
『내걱정은 말고 너희 시부모님께나 잘해드려라. 네시부모님도 네남편을 그렇게 길렀어 네올케가 나한테 서운하게 할까봐 걱정스럽듯 네시누이들도 마찬가지야.남의 가슴에 못박으면 네가슴에도 못박힌단다.』
내게 친정어머니가 뻐저리듯 내 시누이들 입장에선 올케인 내가 잘못하면 얼마나 얹짢을까? 동생의 결혼을 계기로 여러가지를 한꺼번에 깨닫게된다.<서울도봉구승동655의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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