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근로자 「문화서클」활동 늘어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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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16일하오6시. 경기도광명시하안동740 근로자 종합복지관1층 회의실.
구로공단에 근무하는 20대 초반의 여성근로자 30여명이 열심히 책을 읽으며 독후감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무지개 독서클럽」을 조직, 매주 수요일저녁 이곳에 장소를 빌어 독서회를 개최하고 있다.
매주 빠짐없이 열심히 참석하고 있는 최선영양(23·구로3공단의 신사복과 도너츠메이커인「부흥사」근무)은 지난주일에 읽은 「리처드·바크」가 지은 사진소설 「갈매기의 꿈」에 대한 독후감을 발표했다.
이들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는 복지관교사 정은씨(36·여)는 독서가 습관화되지 않은 이들이 싫증을 낼까봐 흥미를 끌수있는 쉬운 소설부터 차차 고전으로 들어가 독서량을 늘리겠다고 지도방침을 밝혔다.
구로공단및 광명시등을 중심으로 최근 젊은 근로자들 사이에는 독서모임이나 합창·기악·양재·꽃꽂이·신체조등 심신을 살찌우는 문화서클 활동이 두드러지게 많아지고 있다.
구로공단의 6만여근로자들은 대부분 낮은 임금에다 마땅한 문화·레저시설도 없어 자칫 탈선의 길로 들어서기 일쑤였다.
특히 공단끝 경기도와의 경계선을 흐르는 안양천주변은 심각한 우범지대.
근로자들은 퇴근후 「닭장」으로 불리는 게딱지만한 자취방으로 가기 싫어 밤거리를 헤매다 범죄에 빠져드는 일이 종종 있다.
이같은 우려때문에 일부업체의 장려와 생활을 바꿔보겠다는 일부 근로자들의 의지로 빈약하나마 최근 문화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구로2공단 훼어차일드사에는 합창·기악·서예·문예·등산부등 12개 클럽이 있다.
부원은 회사근로자 50∼1백10명으로 구성돼 한달에 l회씩 정기모임을 가지고 수시로 필요할때마다 1주 1회정도 만나 취미활동을 벌인다.
특히 합창·기악·서예반등은 지난 연말에 사내전시및 위로잔치까지 벌여 실력을 과시했다.
구로3공단의 TDK사(전자부품회사)여공들의 모임인 「한마음 독서클럽」이 유명하다. 이들은 매주 한번씩 모여 독후감 발표는 물론 권장할만한 책을 추천, 정보를 교환하고 도서를 공동 구입하기도 한다.
삼우트레이딩 (서울삼각동본사및 김포공장)은 연극·서예·꽃꽂이·각종공예등 17개 사내클럽이 조직돼 젊은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각종 취미활동을 벌이고 있다. 각 파트별 회원은 15∼20명이고 오는 9월에 각 클럽에서 만든 공예품전시회를 열 예정이며 연말에는 연극·합창등 발표회를 가질예정.
시인 구상씨는 자신의 시집 「그분이 홀로서듯」을 중심으로 시의 세계와 문학체험을 쉽게 풀어서 강의를 해 공단근로자들이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이 수요강좌를 주최하고 있는 복지관의 「푸른세대」사업본부 총무 김동영씨(43)는 『저명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작가의 문학적 체험과 사상을 이해하게되고 책과 가까와지는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했다.
이 모임에는 소설가 이청준씨와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이 열심히 참여하고있다.
이밖에도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공단근로자들이 모여 건강을 위해 에어로빅·포크댄스등을 배우기도 한다.
아직은 장소까지 제공해 주는 회사는 없어 신체조를 원하는 여공들끼리 모여 광명시 근로자종합복지관 1층홀을 이용한다.
신체조를 3개파트로 나눠 매주 수요·금요일 저녁 1개조에 대개 50명씩 모여 1시간30분씩체조를 한다.

<김광섭·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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