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소까지 번지나 … 경기 안성서 의심 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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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는 5일 “경기도 안성의 목장에서 구제역 감염이 의심되는 소 한 마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일 충북 진천의 양돈농가 돼지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견된 뒤 소에서 구제역이 나타난 건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소가 코에 물집이 잡히는 등 구제역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최종 정밀검사 결과는 6일 내려진다.

 이번 겨울 구제역은 돼지에게서만 나타났다. 구제역 백신은 효과 논란도 일고 있다. 예방접종을 하는데도 돼지가 자꾸 구제역에 걸려 쓰러져서다. 5일까지 경기도 이천, 충남 천안, 경북 안동 등지의 32개 농가에서 돼지 2만6155마리를 살처분했다. 5일에도 용인시의 농장에서 돼지 3마리가 콧등에 물집이 잡히는 등 구제역 의심 증상이 신고됐다. 1차 간이검사에서는 구제역으로 판명됐으며, 6일 나올 정밀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돼지가 주로 구제역에 걸린 데 대해 양돈농가들은 “정부가 소를 대상으로 개발한 구제역 백신만 국내에 들여오도록 허가했다”며 “이 때문에 돼지농가는 예방주사를 놓고도 구제역에 걸리는 피해를 본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용인시 의 한 돼지농장에서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가 차량을 동원해 방역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농장에서는 이날 돼지 3마리에서 구제역 의심 증상이 발견됐다. [뉴시스]

 본지 확인 결과 현재 국내에 보급되는 구제역 백신은 다국적기업 ‘메리알(Merial)’의 제품이었다. 강원대 박선일(수의학) 교수는 “애초 소를 겨냥해 개발한 약품”이라고 설명했다. 건국대 류영수(수의학) 교수는 “개발업체가 돼지에 대해 임상시험을 했으나 소보다 효과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이 약품을 소에게 접종했을 경우 항체가 만들어지는 비율이 95% 내외에 이른다. 반면 돼지는 항체 형성률이 60%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돈농가들은 “러시아에서 돼지 전용으로 개발해 효과가 훨씬 뛰어난 구제역 백신이 있는데도 정부가 수입 허가를 빨리 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백신 수입 허가를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러시아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기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돈농가들은 정부가 권장하는 접종방법에도 불만을 나타낸다. 정부가 배포한 매뉴얼에는 “태어난 지 8~12주 된 새끼 돼지의 목에 주사를 놓으라”고 돼 있다. 하지만 전북에서 1만2000마리의 돼지를 기르는 한 농민은 “새끼 돼지들이 얼마나 빨리 돌아다니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수천 마리의 돼지를 일일이 붙잡아 목에 주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약품 설명대로 근육 주사용이라면 편한 엉덩이 부위에 주사를 놓도록 계도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 측은 “목 부위 주사는 백신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제약회사가 권장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목 부위 주사가 농민들로 하여금 접종 자체를 꺼리게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유는 이렇다. 구제역 예방접종을 하면 때때로 주사 놓은 부위 근처에 고름이 생기고 조직이 변한다. 고기를 팔 때 그 부분을 도려내야 해 손해가 생긴다.

송의호 기자,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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