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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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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식 곱셈과 나눗셈이 있다. "매우 작은 문제도 13억으로 곱하면 큰 사건이 된다. 반대로 아주 큰 일도 13억으로 나누면 사소한 게 된다." 2003년 11월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원 총리가 밝힌 이야기다. 13억은 물론 중국 인구를 말한다. 인구가 많아 좋을 때도 있고 또 나쁠 적도 있다는 뜻이다.

덩샤오핑(鄧小平)도 곧잘 중국 인구를 들먹였다. 그는 "세계 7%의 경작지로 세계 22%의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서방이 중국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고 지적하면 "중국의 인권은 먹고사는 게 우선"이라고 응수했다. 그리고 협박 같은 한마디를 덧붙이곤 했다. "만일 중국 경제가 나빠져 수천만 명이 인근 국가로 살 길을 찾아 떠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시 8000만 명에 달했던 중국의 유랑 인구를 염두에 뒀던 말이다.

중국이 앞으로 16억 명까지 불어날 인구를 고민하는 데 반해 선진국은 인구 감소가 걱정이다. 화인(華人)이 다수인 싱가포르도 그중 하나다. 싱가포르 당국의 우려는 자국민 내 화인 비율이 준다는 것이다. 1965년 건국 당시 90%에 달했던 화인 비율이 올해 70%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최근 비책을 내놓았다. 중국 유학생 유치에 나선 것이다. 4년 학비를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대신 졸업 후엔 싱가포르에서 6년 동안 취업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때는 결혼 적령기다. 결국 중국 유학생을 결혼으로 눌러앉혀 화인 비율을 높이겠다는 속내다. 인구 불리기에 더해 우수 인재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

전라남도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사망자가 신생아를 추월할 예정이라고 한다. 통계청은 또 2020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순감소될 것으로 본다. 인구학회에 따르면 출산율이 1.2명으로 지속될 때 한국은 950년 후인 2954년엔 단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고 한다. 어떻게 우리 인구를 불릴까. 싱가포르처럼 꿔올 수도 없고. 남남북녀라는 옛말도 있는데 남북 간 혼인을 성사시키면 어떨까. 통일 연습에도 좋지 않을까. 마침 6자회담도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데. 다음 남북 장관급 회담 등에선 이런 문제도 의제 중 하나로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상철 아시아뉴스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