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PEC 테러 비상] 미국 요원들 한국서 이미 작전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테러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특공대원들이 14일 영도훈련장에서 버스 인질 구출 훈련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미국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겨냥해 테러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국에 2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대(對)테러 대책 선발팀을 파견했다.

한.미 관계에 밝은 정보 소식통은 20일 "미 선발대가 이미 서울과 부산에 배치됐다"며 "11월 초까지 100여 명의 요원이 추가로 파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7월 이라크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부터 한국.일본.호주가 다음 공격 대상이라는 진술을 확보해 한국 측에 전달한 바 있다.

CIA.FBI(연방수사국).국토안보부 요원들로 구성된 미 선발대는 '블랙 리스트(요주의 테러리스트 명단)'를 한국 국가정보원에 제공했으며, 한국 측은 이 명단에 기초해 입출국 외국인들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미측 요원들은 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묵게 될 숙소와 회의장에 대한 1차 현장 답사를 마쳤다. 아울러 주한미군 시설에 대한 경비도 강화했다. 선발대는 테러 발생 가능성에 대비, 위성통신망까지 구축했다.

11월 18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노무현 대통령, 부시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을 비롯, 정부 대표단.기업인.취재진 등 약 1만명이 참가한다.

국정원은 2월 APEC 경호.경비 및 테러 예방을 위해 특별팀을 구성한 데 이어 4월부터 관계기관 합동으로 '테러정보통합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통합센터 책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테러조직이 APEC 기간 중 테러를 감행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은 APEC 회의가 열리는 부산보다 서울에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센터 측은 "7.7 런던 테러가 영국에서 열린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 기간 중 일어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당시 경찰력이 회담이 열린 스코틀랜드에 집중 배치되는 바람에 런던 테러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APEC 테러 대책팀은 국내에 거주하는 이슬람권 외국인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알카에다가 국내에 와 있는 이슬람권 출신 외국인을 포섭해 테러에 동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정원 측은 "국내에 체류 중인 이슬람권 외국인 대부분은 성실하게 생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라며 "그러나 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테러조직과 연계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테러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56개 이슬람권 국가 출신 외국인 8만3000여 명이 체류하고 있으며, 이 중 불법 체류자는 3만9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특히 미국이 테러 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란.시리아.리비아.수단.쿠바 출신 외국인이 2400명이며 이 중 400여 명이 불법 체류자다.

국정원 측은 "테러 공격을 100% 막는다는 것은 장담하기 어렵다"며 "APEC 기간을 전후해 수상한 행동을 하거나 의심스러운 테러 혐의자에 대해 적극적인 신고정신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원기 기자<brent1@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