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유엔 연설] "안보리 개혁 도덕성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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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유엔총회 고위급 본회의(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제국주의적 사고.잔재의 청산'과 '강대국 중심주의 경계'를 주창하고 나섰다. 21세기 질서는 강대국과 약소국.중견국이 공존해 번영을 누려야 하며, 국제질서의 주도국들은 먼저 자신의 과거.미래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국제관계에 적용시킨 모양새다.

특히 '제국주의'라는 개념은 연설문 준비 단계에서 노 대통령이 포함시키라고 지시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우성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특정 국가를 지칭할 수는 없지만 이웃나라의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 없이 힘과 경제력에만 의존하려는 경향"이라고 이를 설명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주변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일본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제국주의사를 근거로 한 독도 영유권 주장과 극우 망언, 재무장과 우경화 흐름에 대해 국제사회의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같은 맥락에서 한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펼쳐졌던 '유엔 안보리 개편 방안' 대결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유엔의 지도력을 상징하는 안보리 개혁은 책임성을 바탕으로 도덕적 권위를 증대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대목이었다. 과거사 반성에 소극적이면서도 유엔 상임위 국가로 도약하려는 일본의 자격을 환기시킨 셈이다. 그간 일본과 독일.인도.브라질 등 소위 'G4'국가는 현재 5개국인 상임이사국을 11개로 늘려 한 몫 챙기려는 안을 주창해 왔다. 노 대통령은 연설 후 이탈리아 총리,'G4'안을 반대해 왔던 알제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당초 일본 등 G4 국가는 올해 말까지 이 문제의 결론을 내리기를 원했다. 이번 유엔총회 정상회의는 폐막 후 결과 문서를 통해 "올해 말까지 이 문제에 관한 진전 상황을 총회가 검토하도록 요청한다"는 선에서 매듭짓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이 예정된 40개국 정상 중 나이지리아에 이어 25번째로 단상에 올랐다. 정상들의 연설 순서는 추첨에 따라 정해졌다. 노 대통령은 연설 전 부시 미 대통령 주최 리셉션에서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조우해 "6자회담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인사를 건넸다. 연설을 전후로 그는 네덜란드.오스트리아.몽골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양국 협력방안을 논의했고 CNN과 회견도 했다. 노 대통령은 16일 오전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서 한.미 동맹, 북핵을 주제로 한 연설을 마지막으로 8박10일간의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뉴욕=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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