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Online 온라인] 낚으려다 낚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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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쓴 게시물을 얼마나 많은 네티즌이 읽을지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눈길을 끄는 제목을 달려고 노심초사한다. 이런 노력이 지나치다 못해 엉뚱한 길로 빠진 게 '낚싯글'이다. 본문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낚싯글'은 원래 화끈한 음란물인 양 제목을 달고 본문에는 낚시하는 사진 등을 올려놓는 장난이 유행하면서 생겨난 용어. 그러나 장난 수준을 넘어 언론 기사를 가장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광고용 등으로 악용되는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낚싯글에 한두 번 '낚인' 네티즌들이 가만있을 리 만무하다. 이들은 낚시꾼의 심리를 이용한다. 낚시꾼은 자신이 올린 글의 조회 수나 댓글 수를 수시로 보며 얼마나 많은 네티즌이 낚였는지 확인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제목 뒤에 [숫자]형태로 표시되는 댓글 수가 많이 늘어났다면 그만큼 많은 네티즌이 자신의 글을 읽고 반응했다는 증거일 터. 이에 한껏 고취된 낚시꾼이 댓글을 확인하는 순간, 그 설렘은 허탈함으로 바뀌게 된다. 노래 가사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홍보하기 위한 문구 등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만 잔뜩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차라리 욕설이라면 자신이 의도했던 대로 '낚았다'고 좋아할 텐데….

낚시꾼을 응징하기 위한 네티즌의 대응책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글설리'란 새로운 댓글까지 나타나고 있다. '글설리'란 '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댓글)'의 준말로 글쓴이를 의도적으로 골탕먹이기 위해 아무 의미 없는 '글설리1' '글설리2' '글설리3'식으로 연이어 댓글을 달아 낚시꾼을 허탈하게 만든다. 글설리뿐만 아니라 '알바(아르바이트생)를 설레게 하는 리플' '글쓴이를 화나게 하는 리플' 등 다양한 변형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댓글 놀이는 엄청난 댓글 수에 낚시꾼뿐만 아니라 선량한 다른 네티즌까지 속아 클릭하게 됨에 따라 공연히 낚시글 효과를 높여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낚시글 뿐만 아니라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주장을 담은 글에도 상관없는 댓글로 도배해 댓글 논쟁을 중간에서 끊어버리는 악용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래도 긍정론이 대세. 전 세계에서 온라인 글쓰기가 가장 활성화된 한국에서조차 댓글 문화는 3년이 채 못 된 걸음마 단계다. 낚시꾼이 네티즌을 낚고, 낚인 네티즌이 낚시꾼을 다시 낚다 보면 댓글 문화도 성숙해질 거라는 것이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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