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식 대한항공 차장 국내 첫 와인박사 학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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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한항공 방진식(54.사진.기내식 사업본부) 차장의 별명은 '와인박사'다. 그는 사내에서 승무원을 대상으로 와인 강의를 하기도 한다. 최근엔 경기대 대학원에서 '와인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란 논문으로 관광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제 그는 학위까지 가진 명실상부한 '와인박사'가 됐다. 국내에서 와인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경우는 그가 처음이다.

방 차장은 1997년 최고 인기의 기내식인 비빔밥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그러던 그가 와인에 매료된 이유에 대해 "경북 포항의 포도밭 집 셋째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방 차장은 81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기내식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88~90년 3년간 프랑스에 근무하면서 와인에 푹 빠졌다. 당시 그의 업무는 기내에서 제공될 와인 샘플을 모아 한국에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내로라 하는 와인을 맛봤고, 라벨만 3000장을 모았다.

"프랑스 주재 시절 한 농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농장 주인이 먼지가 쌓인 와인 15병이 차곡차곡 쌓인 반지하 창고를 저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습니다. 와인은 비싼 게 최고가 아니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매일 오전 3시면 일어나 논문 준비를 했다. 국내에 필요한 자료가 없어 전 세계에 다니며 자료를 구했다. 방 차장은 "항공사에 다녔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해외 자료를 구하거나 세계의 주요 와인 산지를 찾아다닐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방 차장이 선택한 기내 와인은 항공사 와인 경진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그러나 "고객이 내가 선택한 와인을 맛본 뒤 칭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소개한 기내식과 곁들인 와인을 즐기는 팁은 간단하다. 기내식의 맛이 강하면 향이 풍부한 와인을, 기내식의 맛이 부드러우면 향이 은은한 와인을 고르는 게 방법이라는 것이다. 방 차장은 "앞으로 국산 포도주를 비롯한 전통주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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