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차장은 1997년 최고 인기의 기내식인 비빔밥을 개발한 경력이 있다. 그러던 그가 와인에 매료된 이유에 대해 "경북 포항의 포도밭 집 셋째 아들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방 차장은 81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기내식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 88~90년 3년간 프랑스에 근무하면서 와인에 푹 빠졌다. 당시 그의 업무는 기내에서 제공될 와인 샘플을 모아 한국에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내로라 하는 와인을 맛봤고, 라벨만 3000장을 모았다.
"프랑스 주재 시절 한 농가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농장 주인이 먼지가 쌓인 와인 15병이 차곡차곡 쌓인 반지하 창고를 저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습니다. 와인은 비싼 게 최고가 아니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국내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매일 오전 3시면 일어나 논문 준비를 했다. 국내에 필요한 자료가 없어 전 세계에 다니며 자료를 구했다. 방 차장은 "항공사에 다녔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해외 자료를 구하거나 세계의 주요 와인 산지를 찾아다닐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방 차장이 선택한 기내 와인은 항공사 와인 경진대회에서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그러나 "고객이 내가 선택한 와인을 맛본 뒤 칭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소개한 기내식과 곁들인 와인을 즐기는 팁은 간단하다. 기내식의 맛이 강하면 향이 풍부한 와인을, 기내식의 맛이 부드러우면 향이 은은한 와인을 고르는 게 방법이라는 것이다. 방 차장은 "앞으로 국산 포도주를 비롯한 전통주를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