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야구에 첫 형제감독탄생 한전 새 사령탑 강태환씨-한화 강태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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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침체된 국내 실업야구에 처음으로 형제감독이 탄생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전의 새 사령탑이 된 강태환씨(51)와 한국화장품의 강태정감독(39)형제.
야구에서 형제가 같이 현역감독을 맡은 것은 75년까지 활약했던 박현덕씨(당시 동산고)-박현식(제일은) 형제에 이어 두 번째이나 실업팀에서 형제가 라이벌감독으로 활약케 된 것은 이번이 처음.
한전부산지사 영업과장으로 근무하다 3일 돌연 한전감독에 취임한 강태환씨는 축하차 찾아온 동생 태정씨를 만나자마자 『그라운드에서는 형제를 떠나 페어플레이를 할 것』을 다짐한다.
『선수로서는 한참 후배이지만 실업감독에서는 저보다 선배입니다. 당분간은 태정이한테 많은 것을 배워야지요.』
지난 65년 한전에서 은퇴, 실로 18년만에 일선에 복귀하게 된 강태환감독은 모르는 것은 동생한테도 배워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제가 선수시절 형과 함께 시합할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어요. 형으로부터 영향력을 받아 야구를 시작했고 충고와 조언을 받아 오늘의 제가 된 것입니다. 오히려 제가 형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지요.』
실업팀 감독들 중에서도 유난히 자존심이 강한 강태정감독이지만 형앞에서는 자연히 고개가 숙여지는 모양이다.
3남4녀 중 장남과 막내남자동생(5째) 사이인 이들은 대구상고와 육군·한전에서 야구를 했고 위치가 2루수였다는 점에서 같은 길을 걸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형은 국가대표선수가 못되었지만 동생은 68년부터 72년까지 국가대표선수로 활약했었다는 점.
형은 무척 과묵하면서도 우직하지만 동생은 명랑하면서도 재치가 넘친다.
어우홍감독(동아대)의 후임으로 한전야구팀의 재건을 맡게된 태환씨는 『팀웍의 한전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개인플레이보다는 팀플레이위주의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하면서 올해에는 기필코 실업정상을 차지하겠다고 기염을 토한다.
이에 대해 동생인 강태정감독은 『다른 것은 몰라도 우승은 넘겨줄 수 없다』며 투지를 보인다. <임병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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