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원료 천연가스서 뽑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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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LG화학이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원유보다 싼 천연가스를 이용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신기술 개발에 나섰다. 석유화학제품의 원재료인 에틸렌을 원유가 아닌 천연가스로 만들 수 있는 신촉매를 2008년까지 개발해내겠다는 것이다.

LG화학 화성사업본부장인 유철호 사장은 9일 대전 'LG화학 테크센타' 신축 준공식 이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연가스의 약 80%를 차지하는 메탄을 이용해 석유화학의 주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유 사장은 "2008년까지 기술개발을 마치고 상용화 한다는 계획"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쯤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 기술 개발팀에 기술연구원 하부조직인 유화연구소의 전체 인력 110명 가운데 40% 이상을 집중 배치했다.

유 사장은 "이 기술이 개발될 경우 에탄을 이용해 유화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중동 국가보다도 훨씬 저렴하게 에틸렌을 얻게 돼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석유화학 업계의 기술개발 속도 역시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정보기술(IT)이나 전기.전자업계에 못지않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고 강조했다.

현재 LG화학 등 대부분의 유화업체들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하는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을 추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타면서 나프타 가격도 가파르게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이란 등 중동 산유국들은 저가의 원유를 바탕으로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보다 가격경쟁력이 높다.

유 사장은 "2008년부터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5%로 끌어올리고, 연구인력도 현행 1600명 수준에서 2010년에 2500명으로, 2013년 3500명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대전=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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