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 박 대표 회담 이후] 활짝 웃은 박근혜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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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8일 멕시코·코스타리카 방문 및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뉴시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노무현 대통령.박근혜 대표 회담 이후 정치권은 다시 일상을 맞았다. 연정론의 진원지인 노 대통령은 훌쩍 멕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정국은 숨고르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선방을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끝은 아닌 것 같다. 노 대통령이 말한 '결단'은 귓전에 남아 있다. '다음 수'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맞장' 뜨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8일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대표와 거리를 둬왔던 남경필 의원은 전날 노.박 회담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행정도시법 문제로 박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김문수 의원도 "박 대표가 대통령의 수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하고 마음을 졸이는 사람이 많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단호하게 정리를 잘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노-박 회담으로 박 대표에 대한 당내 평가가 상승세를 탔다. '반박(反朴)'으로 분류되던 의원들도 후한 점수를 줬다. 이날 상임운영위에 참석한 박 대표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때문인지 밝게 웃으며 "회담에 대해선 언론에 다 보도됐으니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이날 당내에선 평소 '공포의 수첩'을 들고 회의에 임하던 박 대표가 전날 별도의 메모 없이 경제 현안들과 관련해 통계수치까지 제시해 가며 노 대통령과 팽팽한 설전을 벌인 것이 화제가 됐다. 박 대표에겐 비판자들이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콘텐트(내실)가 부족한 것 아닌가"라는 꼬리표를 붙여왔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노 대통령과 언쟁하면서 침착성을 잃지 않고 할 말을 다한 '내공'도 얘깃거리였다. "콘텐트.리더십 부족을 우려하던 사람들이 안도하는 계기가 됐다"(김문수 의원)거나 "야당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켰다"(박희태 의원)는 평가가 뒤따랐다.

실제로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예상 발언을 뽑고 '모범 답안'을 준비해 A4 용지 두 장에 적어 외우다시피 하며 회담을 준비했다고 한다.

회담의 성과에 더해 8일 운영위에서는 내년 6월까지 박 대표의 임기를 보장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까지 '박풍(朴風)'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차기 대권 레이스에서 대세를 잡았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왔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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