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 강점…제3당 자리 굳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창당 2돌 맞는 국민당의 발자취
국민당이 23일로 창당 두 돌을 맞는다.『70년대에 못 다한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의 과업계승』을 내걸고 출범한 국민당의 지난 2년은 보는 시각에 따라「소수당과 제3당」「준 여당과 시시비비의 야당」「정책정당과 임기응변의 정당」으로 그 평가가 서로 엇갈려온 것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민당 스스로는『지난 2년 동안 제3당, 신생야당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고 자긍하는 모습이다.
그들의 이러한 자긍은 제5공화국의 정치질서가「다당제」를 표방하고 있으며 국민당은 이 「다당제」의 산물이라는 데에 뿌리를 두고있는 것 같다.
비록 전채의석의 9%밖에 안 되는 25석의 소수당임은 틀림없지만 그 동안 수행해온 정치적 역할이나 비중에 대해 국민당이 자긍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제5공화국의 태동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대부분의 당들이 2년 전 선거에서 국민의 외면으로 결국 군소 정당으로 전락해버린 현시점에서 국민당의 존재는 지금의 정당정치를 다당제라고 부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근거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로 국민당은 지난 2년간 민정·민한과 더불어 3당대표회담, 3당3역 회담, 총무회담 등 중요한 정치회동의 빼놓을 수 없는 파트너로서 예우를 받아왔다. 민한당으로부터도 쟁점이 있을 때마다 동반자로서의 협력요청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흡사 캐스팅보트를 쥔 것처럼 제3당으로서의 완충역할을 맡기도 했다.
국민당은 이와 함께 과거의 집권경험을 살린 정책대안제시 및 임기응변과 기동성을 발휘한 원내활동으로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81년 1월 국회에 제출한 통금해제건의안이 이듬해인 82년 1윌 정부에 의해 실현된 것, 실명제에 대해 처음부터 시기상조론을 편 것 등이 좋은 예로 꼽힌다.「주5일제 수업건의안」이나「구정공휴일 지정 건의안」도 국민의 시선을 끈 기동성 있는 정책개발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리한 제3당으로서의 역할 자임과 정책정당의 좌표실정에도 불구하고 국민당의 오늘을 탄탄대로라고 말하기는 미흡한 구석도 있는 것 같다.
우선 당 기구와 당 운영에 있어서부터 제3당으로서의 기틀을 다 구비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상당수의 소속의원들은 아직도 그들의 국회의원 당선이 국민당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보다는 자기들의 개인적 능력의 결과라고 믿고있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소속의원이나 당원의 당에 대한 귀속의식은 비교적 엷은 편이며 당의 장래에 대해서도 확신보다는 불안이 더 작용하는 것 같다.
때문에 국민당의 미래지향적 좌표설정은 우선 무엇보다 정치적 개성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국민적 이미지로 정착시키는 작업에서 시작돼야 할 것 같다.
국민당은 창당선언에서「민족주의 정당으로서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의 사명」을 천명하고 있다. 구 공화당의 승계세력임을 분명히 한 2년 전의 이 선언은 그러나 이제 와서는 일부의 목소리일 뿐 국민당의 모든 성원이 의심의 여지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구 공화당과는 무관한 상당수의원들은『과거의 짐을 우리가 구태여 모두 짊어질 필요가 없다』며 승계세력자임에 회의적이다. 특히 공화당의 뿌리 찾기 운동 등에 대해서는 당내 일각에서 심한 거부반응마저 보이고있다.
국민당이 안고있는 또 다른 고민인 인물난이란 문제도 당의 성격확립이란 과제와 무관하지 않다. 전국 92개 지구당 중 34개 지구당에 사실상 주인이 없고 당 정책기구·사무국 등도 아직은 빈약하다. 따라서 국민당으로서는 85년 선거를 생각하더라도 인물확보는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는데 당으로서의 성격과 지향을 분명히 하지 않는 한 이 일 역시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피동적 창당과정의 탓으로 설명되긴 하지만 취약한 리더십의 문제도 국민당의 문제다. 2월 전당대회에서 김종철 총재가 재선될 것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재선까지의 과정이 리더십 강화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며 85년 총선을 앞두고 원외총재로서의 약점은 두드러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해금 등 정국변화에 따라 국민당에 리더십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올 소지도 있다.
국민당은 현재 85년 선거에서 40석의 제2야당, 90년대에 제l야당이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이런 꿈의 실현을 위해서도 당이 안고 있는 몇 가지 과제는 해결해야 할 것이다.<유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