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두 돌…각 정당의 공과|대화정치 길 텄지만|민의 반영 미흡 자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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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주요정당들이 모두 이 달 중 창당 두 돌을 맞는다. 민정당이 15일, 민한당이 17일, 국민당이 23일로 각기 만 두 살이다.
지난 2년간 각 당이 잘한 일은, 무엇이고 못한 일은 어떤 일일까. 여야의원들의 자평를 통해 각 당 2년의 공과를 따져본다.

<"관료정치" 탈피>
○…민정당 의원들이 대부분「가장 잘한 일」로 꼽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 집권당으로서의 맡은 바 소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것. 그러면서도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미흡하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음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당정협조문제. 특히 실명제 파동을 겪었던 민정당으로서는 이 문제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이재형 대표위원은 『지난 2년간이 시험기이긴 했지만 당정간의 협조가 미흡했던 점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 당 우위론 적 입장에서 당정협조가 발전적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치섭 의원은 『민정당의 이념이 행정부의 시책에 구현되는 방향으로 당정 협조가 이뤄져야한다』며 「국회에서의 과거버릇 답습」경향을 문제로 보고 폐회 중 의원활동 부진을 잘못으로 꼽았다.
한병송 의원은 『엄격히 말해 해방이후 우리 나라의 정치는 관료정치만 있었지 정당정치가 없었다』며 『이제는 관료의존 적인 정치적 작태를 벗어나 정치인이, 정당이 책임을 지고 주체적으로 일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고 주장.
김용태 대변인은 △인적구성에서의 일부 아쉬운 점 △부분적인 구 야당 흉내 행태 △민의성의 반영 미흡 등을 각 당의 공통적인「과」로 들면서 『문체는 야당이 훨씬 더 심각하더라』 고 주장.
봉두완 의원은 『정책정당으로서의 기틀마련이 미흡했다』고 지적했고 김중기 의원은 여야간 토론 기회가 미흡했다고 했다.
이종률 부대변인은 지난2년간 여야가 격돌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정치의 영역을 넓혀 왔던 것이 가장 큰「공」이라고 보고· 유신 때와 비교하여 나아졌다는 식의 일부 소극적 자세가 아쉬웠다고 했다.
대부분의 민정당 의원들이 △정국안정 △여야대화확대 △다당제 △공부하는 의원 분위기 등을 「공」으로 보았으며 당정협조와 민의 통찰·정책개발에 「미흡」을 시인하는 경향.
○… 『당이 창당 콤플렉스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한 민한당은 내부진통과 혼란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
구 신민당소속의원 17명을 모체로 전통야당의 후계세력임을 자처하면서 출발한 민한당은 창당 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신구세력간의 조화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당외 기류에 신경>
이 같은 당내 사정은 『전통의 뿌리에 신진세력이라는 가지를 접목시켰지만 동일체질화가 되지 않아 의원 각자는 서로 마음을 열지 않고 각개 약진을 계속하고 있어 일종의 주식회사 비슷한 모양이 되고있다』 (김형내 의원)는 설명이다.
사질 아직도 의원들은 당내기류 못지 않게「당외 기류」에도 신경을 쓰고있는 눈치다.
박관용 의원은 『민한당 내에 있는 여러 가지 이질적 요소를 극복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이질적인 요소는 11대 임기가 다 끝나야 개선의 여지가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직 의원도 『당이 창당과정의 충격 속에서 계속 헤어나지 못함으로써 제1야당으로서의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며 『따라서 대여투쟁도 국민이 바라는 대로 하기보다는 항상 국지전 같은 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지난2년간 당 내부의 수직적인 지휘계통도 미흡했고 수평적인 유대의식도 박약했기 때문에 의원들의 의정활동도 만족할 만한 것이 될 수 없었다는 주장도 있다.
손세일 의원은 지난 2년간 의원들의 노력을 집결시키고 전력화하는 지도부의 역량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다선 주의에 입각한 인사 정책의 경직성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주장.
또 81명이라는 소속의원을 가진 대 정당으로서 문제 제기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데 대한 자생의 소리도 높다.
반면 △어려운 시기였는데도 짧은 기간에 당을 이만큼 발전시켰다 △과거와는 달리 대안투쟁을 많이 했다 △정치영역을 확대했다 △제1야당의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는 등 긍정론도 많다.
유치송 총재를 비롯한 당 간부들은 창당초기와 현실을 비교해야 한다면서 「고도성장」 을 자부. 또 「과」를 지적하는 대부분의 의원들도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논리도 전개한다.
이태구 부총재는 『선배들이 진 빚을 민한당이 그래도 이자는 갚아가고 있다』 면서 『역대국회를 다 봐도 오늘의 민한당처럼 잘 싸운 적은 없다』고 주장.
김현규 정책심의회의장은 『야당 화동이 샅샅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면서 「공」이 평가절하 되는 것으로 보았다.

<인기보다 결과에>
○…국민당소속의원들은 한결같이 다당제를. 지향하는 제5공화국 이념에 비추어 지난2년간 국민당이 비교적「진가」를 발휘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동진 총무는 용금 해제와 실명제의 연기 등을 자부의 실례로 제시.
윤석민 부총재· 신철균 사무총장도 『제3당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국민에게 국민당의 이미지를 심었다』는 점등을「공」으로 평가.
그러나 이종성 의원 같은 이는 긍정론을 펴면서도 『정책을 입안하되 당장의 인기보다는 결과에까지 책임을 지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고 강조.
임덕규 의원도 『지난2년간은 당직자중심의 당 운영체제였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제는 원외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당원이 참여하는 당내 민주주의의 활성화가 요청된다고 당 운영방식의 개선을 주장.
김영광 의원은 △당에 대한 귀속의식과 당원간의 연대감부족 △일부 당원의 소극적 자세△당의 힘이 아니라 자력으로 당선됐다는 사고 경향 등을 미흡사항으로 꼽았다. <고오길· 문창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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