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 이 사람!] 15년간 연구 씨 뿌려 버섯 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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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환씨(右)가 직원들과 함께 버섯 재배사 안에서 기능성 버섯인 참송이와 참표고를 따고 있다.

▶ 전씨가 재배한 셀레늄 노랑꽃버섯.

"농산물 시장 개방 파고에 맞서 우리 농촌이 사는 길은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세계 시장과 경쟁하는 것입니다. 몸에도 좋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귀한 농산물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길을 뚫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오전 10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송학리 양평하나농산연구소. 버섯 생산.판매 영농조합법인 양평하나농산 대표이자 부설 연구소장인 전용환(48)씨가 연구실에서 흰색 가운을 입고 현미경과 씨름 중이다. 자연에서 채집한 버섯이 배양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다. 영상 2도 초겨울 날씨인 연구실 안이지만 전 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고부가 기능성 버섯 여덟 종을 개발해 버섯의 최대 수요처인 일본과 미국으로 매달 22t(5억여원어치)을 수출하고 있는 전씨가 버섯 재배에 뛰어든 것은 1987년 말. 건설회사 직원으로 근무하다 장래성이 없다고 판단해 귀농을 결심했다. 그는 세계 최고 품질의 버섯을 생산해낼 경우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판단하고 친척의 소개로 일본 사이타마현의 버섯농장에 잡부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연구원들의 옷가지 등을 세탁해주며 친해지고 청소를 핑계로 연구실 출입을 시작한 그는 어깨 너머로 배양실 온도 등 재배 과정을 배워나갔다. 연구원들 몰래 이산화탄소 농도를 알기 위해 맥박수로 이를 가늠하고 버섯 배양물질을 손으로 쥐어 짜가며 습도를 몸으로 익혔다.

일본에서 3년 동안 버섯 재배 기술을 배우고 90년 말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후 7년간 국내 버섯농장을 돌며 본격적인 재배기술과 유통과정을 배웠다. 이어 5년간 버섯 자생지를 찾아가 천막을 치고 살며 버섯 서식환경을 연구하고 시험재배에도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생체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유기 셀레늄과 면역력 강화 물질인 베타글루칸 성분이 다량 함유된 여덟 종류의 고품질 기능성 버섯을 개발해 네 개의 특허를 따냈다.

그는 2002년 10월 동생 두 명과 함께 전 재산을 털어 2000평 부지에 연면적 1350평 규모의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진 첨단 공장과 연구소를 세우고 본격 생산에 나섰다.

이 농장에서는 참송이.백만가닥버섯.잎새버섯.셀레늄 노랑꽃버섯.참표고버섯.금송이.노루궁뎅이버섯 등 기능성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매달 90t을 생산해 일본과 미국으로 우선 수출하고 나머지 68t(15억여원어치)은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전국의 주요 백화점과 할인매장 및 전용매장 40여 곳에서는 일반버섯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판매되지만 몰려드는 주문에 물량이 달릴 정도다.

전씨는 10월부터 양평군 내 20개 농가와 매달 50t을 공동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전국으로 재배 기술을 보급해 농민들과 함께 부농의 꿈을 나누기로 했다.

양평=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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