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오독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그랬지만 변호인단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재심청구도 준비했다. 신봉악변호인은 죽산에 대한 사형판결은 당초 무기였던 것을 선고직전의 회의. 즉 김갑수대법관과 오제도검사의 면담후 열린 재판부회의에서 사형으로 고쳐진듯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신변호인의 당시 주장을 옮겨보자. 『나는 퇴정하는 입회서기에게 판결원본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끝내 판결원본의 열람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판결원본을 보자고 한 것은 선고공관 당일 긴급소집된 재판부 회의에서 종전의 합의를 변경하여 「무기」를 「사형」으로 가중했다는 비밀 때문이다. 그때 그들은 9백48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판결문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할 겨를이 없어 엉겁결에 주문만 고쳐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판결원본을 보여달라는 변호인의 요구를 거절할 까닭이 있겠는가. 공판정에서 낭독한 판결원본을 보면 먼저 합의했던 「무기」를 지워버리고 「사형」이라고 고쳐쓴 흔적이 드러날 것이 두려웠기 때문에 한사코 판결원본을 감춘 것이라고 믿는다.』 이같은 합의변경설은 갖가지 억측과 풍문을 낳았다. 그랬기 때문에 이 문제는 그로부텨 6년후인 65년에도 논쟁거리가 됐다. 주심이던 김갑수대법관은 이때도 『합의를 변경한 사실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랬지만 이 문제가 의혹으로 줄곧 남게된 것은 그런 틈이 있었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