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로 끝낸 「북극 고립」 8개월 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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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극의 자연경관과 툰드라의 배경을 사진에 담기 위해 홀로 북극여행을 떠난 한 미국인이 외부세계와 완전 고립된 채 8개월 반 동안을 버티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나머지 엽총으로 자살하고 말았다.
지난 2월 미알래스카주의 헬리콥터 경찰대가 야영텐트를 부수고 들어가 피골이 상접한 채 죽어있는 「칼·매컨」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 그 옆에는 자살하기 위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까지 힘없이 쓴 그의 일기장이 놓여있었다.
「매컨」은 35세의 나이로 폐어뱅크스 동북방3백60km의 찬 이름 없는 계곡의 호수부근에 그가 세운 야영캠프 안에서 숨져갔다.
일기마지막장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비상 콜먼버너불을 지피고있다. 마지막 남은 나무조각도 집어넣었다. 이재가 식으면 내 몸도 또한 식어가리라]
그는 76년에 황폐한 브루크스산맥에서 5개월을 홀로 버틴 적이 있는 탐험의 베테랑이었다.
이번에는 5백통의 필름과 사진장비·연료·콩과 쌀을 주식으로 한 6백35kg의 식량을 준비하여 8월 중순까지 그곳에 머무를 계획이었다.
그러나 8월초 식량 등 생필품이 바닥나기 시작하면서 그는 곧 들이닥칠 후한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기에는 『돌아갈 때를 대비해 무슨 방도를 마련했어야 했는데…곧 무슨 수가 생기겠지. 어제로 쌀은 동이 나고 2주일 정도분의 콩뿐인데』라고 적혀있다.
그후부터 일기에는 날짜도 적혀있지 앉았다. 『호수부근의 개울에서 그물을 이용해 고기를 잡았다. 우연히 지나가는 비행기의 구조를 기다리지만 아직 본적이 없다.』
그사이 걱정이 된 그의 친구들이 알래스카주 항공경찰에 그의 행방을 조사해 주도록 요청, 구조기가 출동했으나 그가 태평하게 손을 흔드는 것으로 오인되어 경찰은 안전하다고 판단했으며 이 때문에 3차례의 구조기회가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10월에는 덫을 놓아 토끼를 잡았으나 먹이를 찾아 헤매는 여우와 늑대떼 들에게 뺏기는 일이 빈번했다.
11월이 되면서 식량은 완전히 바닥났으며 영양부족으로 현기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지난 3일 동안 줄곧 오한에 시달려왔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총탄을 사용하고픈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마침내 마지막 연료를 불태운 뒤『…추위를 더 이상 이겨낼 수 없다. 총에 맞아도 별로 아프지 않다던데. 하늘에 계신 하느님, 나의 연약함과 죄를 용서해주십시오』라고 적어놓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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