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실험에 내 몸을…|클라크 박사가 "자기 희생을" 결심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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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초의 인공 심장을 이식 받은 「바니·클라크」 박사는 지난 7일 발작을 일으킨 이후 반의식 상태에 머물고 있어 제스처로만 의사 소통을 하고 있다.
유타대 병원의 「체이스·피터슨」 부원장은 「클라크」씨가 발작으로 인한 뇌 손상을 입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뇌 검사 등을 종합해 볼 때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아마도 신체조직의 화학적 불균형이 반의식 상태의 원인인 것 같다고 밝혔다.
「클라크」씨는 의사가 들고 있는 글자판을 간신히 읽고 손짓을 통해 의사 소통을 하고 있는 상태다. 병원 당국은 「클라크」씨가 인공 심장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위독 환자」로 분류되고 있다. 그가 정상적으로 회복이 될 수 있을지는 현 단계에서 단정할 수 없는 정도다.
이처럼 10일이 지나서도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은 이번 수술은 「클라크」씨 자신이 인공심장 이식이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수술에 임한 것으로 밝혀졌다.
「클라크」씨는 비록 이번 수술이 실패하더라도 개발만 된 채 임상 실험을 거치지 못한 재비크-7형 인공 심장의 문제점이 밝혀지고, 이것이 자신처럼 치유될 수 없는 심장병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의학의 발전이 종두의 창시자 「제너」처럼 자기 희생이 따를 때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는 관점에서 볼 때 「클라크」씨의 경우도 인공 심장 시대를 열기 위한 자기 희생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
「클라크」씨는 수술 3일전인 11월29일 유타대학 측과 11페이지에 달하는 「인공 심장 이식 수술과 관련 조치에의 특별 동의」라는 동의서에 나란히 서명했다.
환자 자신에게 생명 유지 장치의 작동을 중지시킬 권리가 주어진 이 동의서는 앞으로 잦아질 인공 기관 이식 수술에서 하나의 전례로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동의서에서 「클라크」씨는 자신이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될 수 없는 환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심장 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라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클라크」씨는 동의서에 『인공 심장으로 어느 정도 생명 유지가 가능할지 증명되지 않은 상태지만 나와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실험적 입장에서 수술에 응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록해 놓고 있다.
그의 이러한 입장은 병원 측이 제시한 여러 가지 불행한 가능성 즉 재수술의 가능성, 통증이나 불쾌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점, 뇌졸중의 발병, 신장·간장·폐의 절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점, 인공 심장에 고장이 일어나면 죽음 밖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클라크」씨는 인공 심장 수술이 유익한 결과를 보여줄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모든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병원 측에 전했다.
이 동의서는 수술에 성공했을 경우라도 누워서만 지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밝히고, 아주 만족한 결과가 됐을 때는 공기 압축기에 연결된 호스를 달고 ▲2시간30분 정도의 외출 ▲자동차를 탈 수 있다 ▲변소에 갈 수 있고, 식사·독서·필기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명기해 놓고있다.
그밖에 환자와 병원은 적절한 심장의 제공자가 나왔을 때는 자연 심장 이식도 가능하다는데 동의했다.
이번에 인공 심장을 이식 받은 「클라크」씨는 자수성가한 치과의사. 어릴 때 아버지를 잃고 자신이 벌어서 집안을 지탱하면서 후에 치과대학까지 나온 의지의 인물이다.
6년 전까지 그는 부인과 3명의 자녀를 둔 모범적인 가장이었다. 그러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그에게는 불행이 찾아왔다. 심장 근육이 붓고, 탄력이 약해져 혈액 순환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5년 전인 77년 그는 치과 개업의를 그만두고 운동을 위해 골프에만 전념했다. 그러나 병세에는 차도가 없었고 79년에는 심장의 박동이 더욱 약해져 심장·폐를 비롯한 조직들에 체액이 침윤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골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 사이 갖가지 심장 약을 써 보았지만 아무 것도 효과가 없었다.
「클라크」씨는 과거 2년간 유타대 병원에서 심장병 치료를 받는 사이 인공 심장에 대해 알게됐고 실제로 송아지에 이식, 생명이 유지되는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는 유타대 병원과 협의 언젠가는 인공 심장 수술을 받아보겠다는 뜻을 밝혔고 병원 측도 환자의 정신 상태가 강인한 점과 가족들의 이해가 크다는 것. 수술을 감내할 재정 형편이 되는 점등을 들어 최초의 수술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29일에는 동의서에 서명했으며 12월2일엔 수술을 받았다.
한편 최초의 인공 심장 이식 수술이 발표되고 나서 유타대 심장 연구 센터에는 세계 각국에서 이러한 수술을 받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그러나 의료진은 인공 심장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과 해결해야 될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클라크씨」의 수술을 맡았던 「데브리즈」 박사도 이번 수술의 결과를 3개월 내지 1년간 철저히 분석하기 전까지는 두번째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공 심장은 크기에서 문제가 있으며 수술을 받는데도 펌프 가격 1만6천4백50 달러를 포함해 6만∼8만 달러가 들며 수술 뒤 1년 동안 유지비가 약 10만 달러나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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