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규모 키워 부실 예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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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기본법 가운데「기형아」로 지적돼온 상법이 제정 20년만에 정형수술을 받았다. 9일 법무부가 확정한 상법개정안(45개 항목 1백55개 조문)은 지난해 7월 성장발전저해법령 정비의 차원에서 민법과 함께 손질이 시작되어 꼭 l년5개월만에 탈바꿈한 것이다.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기업규모와 경제여건 등 경제환경에 변화가 생겼고 이에 따라 현실에 부적합한 규정, 기업의 요구에 따르지 못하는 부분, 법 자체 상호간의 불균형 등 상법개정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었다.
따라서 이번 개정확정안은 전문 1백55개 조문에 걸쳐 지금까지 노출됐던 비현실적 문제점들이 고루 수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부분이 「회사편」. 그 만큼 「회사편」의 규정개정이 제일 급하게 필요했다는 의미다.

<개정의 방향>
「회사편」개정은 부실기업의 방지와 건전 기업의 육성이라는 2개의 큰 목적을 갖고있다.
그 동안 우리 경제는 급속한 고도성장에 성공한 반면 과도적 병리현상으로 부실기업의 난립을 가져왔다. 이에 대해 입법적으로 회사법규를 엄격하게 개정, 부실기업을 막자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첫째 목표.
대표적인 개정입법례가 주식회사 자본구성의 하한성 명시(제329조l항). 현행 주식회사 법제는 최저자본액을 법정화 하지 않아 소액자본으로 주식회사를 설립, 사원의 유한책임, 사회적 신용획득. 세법상의 특혜 등 각종 특전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이 점을 중시하여 최종 확정안은 개정시안 때 제시됐던 최저자본액 2천만 원에서 5천만원이상으로 결정, 주식회사 남발에 쐐기를 박았다.
3년간의 경과기간을 두었지만 현재 이 조항에 해당되는 주식회사 수는 7천8백여 개로 우리나라 전체주식회사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앞으로 3년 이내에 증자하거나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해야한다.

<휴면회사 정리>
현행법상 매년 변경등기를 해야하는 주식회사들이 등기의무를 게을리 하는 이른바 「잠자는 회사」들이 있다.
이들이 주는 폐단은 건전한 기업들이 쓰고싶은 상호를 점령해버리거나 이를 고가로 흥정하는 것이다. 또 범죄자에게 상호를 빌려주어 합법적인 위조서류를 발행케 하고 등기업무의 양적 부담만 준다.
개정안의 신설조항(제520조의 2)은 법원행정처장이 등기 후 5년을 경과한 회사를 공고하고 2월내 신고치 않을 경우 해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이 조항에 저촉되는 회사는 전체 주식회사의 20%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법무부의 추산.

<자금조달의 기동성>
우리의 기업풍토는 순수한 수권자본제를 몸에 익히지 못해 자본조달의 탄력성을 잃었고 이는 우리 상법의 기본이념이 채권자보호주의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규모의 급속한 팽창에 따른 기업의 자금대량수요에 방해가 되었다는 것이다.
확정안이 이사회결의만으로 증자한도를 기발행주식의 4배까지(제289조2항)사채발행한도를 총 재산액의 2배까지 허용(제470조)하며 회사 이익의 사내유보제도로 주식을 통한 이익배당제(제462조의2)의 신설 등은 바로 확고한 수권자본제와 이사회중심주의를 도입, 기업자금조달의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보호>
개정확정안은 투자자나 사채권자보호를 위한 신설조항을 두고 있다.
제352조와 제358조 2항의 「주권불소지제도」.
이는 주주가 주권분실의 위험이나 천재지변 등에 대비해 주권을 갖고있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할 경우 의사가 주권발행을 않은채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또 하나는 주주총회의 배당결의가 있은 뒤 2개월 이내에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라는 명령규정(제464조의 2). 이 조항은 현행법에 배당금지급기일이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주총결의가 끝난 뒤에도 기약 없이 배당금을 받지 못하던 불이익을 없앤 결정적 주주보호조항이다.
철새처럼 회의장을 떠돌아다니며 주주의 권리행사에 영향력을 미쳤던 속칭 「총회꾼」에 대한 처벌조항(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신설도 넓은 의미의 주주보호로 생각할 수 있다. <고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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