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302) - 과민성 위염(4) 함기선 <성모병원 성형외과 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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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오는 특유한 대장증상으로서 심하면 혈변을 볼수도 있다.
아랫배가 살살 아프거나 아니면 온 배가 꽉꽉 결리는등 주로 통증을 동반하는 형과 별 통증은 없으면서 설사만 자주하는 형이 있으나 두가지 다 겸하고 있는 경우를 더 많이 볼수있다.
「변이 고르지 않다」 「장이 약하다」 「배앓이를 한다」 「배를 덥혀야한다」 「아랫배가 무직하다」 「변이 자주 마려워도 시원스럽게 안나온다」 등 병에 대한 표현은 사람마다 다르다.
사실상 의학적으로도 이 병에 대한 확실한 기전의 설명이 구구해서 진단명도 몇가지가 있으나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이름을 갖게 되었다.
변비와 설사가 있으므로 지금까진 대장에 염증이 있는걸로 생각되어왔으나 실제로 염증이 있다는 증거는 없고 장의 운동장애란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증상은 대장뿐 아니라 소장에까지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원인이 스트레스를 받는등 정신적 충격에 의해 발생되는걸로 설명되고 있다. 대개 남자보다 여자에게 2배나 높게 발생하는 것도 여자들의 예민성 때문인것으로 보고있다.
어떤 사람이 이 변에 잘 걸리며 어떤 성격의 소유자냐 하는데 대한 의견도 일정치않지만 대체로 병명이 시사하듯 예민한 사람이라는데는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신경질적이고 쉽게 불안·우울에 잘 빠지거나 히스테리성격자들이 이 병에 잘 걸린다.
병의 시초는 예외없이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거나 아니면 인생의 큰 전환이 있었던 걸로 나타나는게 이 병의 특징이다.
그러나 실제로 환자들은 음식을 잘 못먹은 탓으로 알고 있다. 결혼식 피로연에서 먹은 음식이 잘못된게 병의 시초라고 하지만 사실은 그것보다 중요한건 결혼이라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그원흉이란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물만 갈아 마셔도 설사한다는 사람은 흔히 본다. 하지만 이 경우도 물이 아니고 변화에 대한 적응과정의 어려움때문이다. 물을 갈아야한다는건 이사를 갔던지, 아니면 여행을 떠났던지하는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화라도 있으면 장은 과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과민성장이라는 진단이 붙게된 것이다.
변비·설사·복통등의 증상이 복잡하게 나타나므로 처방하기도 무척 힘들다. 지사제를 주다보면 어느새 변비가 되고, 완하제를 쓰다보면 설사가 시작되는등 정말이지 도깨비증상이다.
완치를 위해선 이러한 증상의 정신적의미,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정신적 갈등, 스트레스 등을 찾아 이를 환자에게 이해시켜야한다.
증상에 따라 그때마다 이약 저약을 쓴다는건 그야말로 일시적 방편이지 근본책은 못된다. 그보다 손 쉬운 방법은 환자의 생활 환경을 적절히 조절하거나 바꿔주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치료의 주된 방향은 장이 아니고 과민한 신경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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