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소감 심사위원 이희승·이태극·정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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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고유한 전통시인 시조의 국민시로서의 창달이 시급하고도 시의적임을 절감하고 있던 작금 중앙일보사가 앞장서서 시조의 지상공모를 실시해왔고 전국시조백일장과 시조강좌 및 지방순회강연회 등을 개최하여 많은 호응과 성과를 거두어 오던 중 이번 또 시조상제도를 만들어 그 제l회 시상을 실시하게 된 것은 국민 모두가 격려와 찬사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믿는다.
이번 시상은 대상과 신인상으로 나누어 각각 한명씩을 선출한 것이다. 본 심사는 당사의 시상규정에 따라 여러 번 의논한 결과 대상에는 김상옥을, 신인상에는 박영교를 선출하는데 합의를 보았다.
김상옥온 1939년「문장」지를 거쳐 등단하였고 1947년 시조집 「초적」을 내어 일찍부터 시조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그후 「삼행시초」와「성같다가」 등의 시집을 내놓으면서 시조창작에 힘써 왔음은 주지하는 바인데 이번 심사의 대상작품은 「삼연시 이수」다.
이 작품은 「삼사월」과 「자물쇠」의 두 수로 되어있는데 시조의 본격적인 기준율조를 갖춘 것은 물론이요, 한국적인 시어를 생동감있게 구사하고 있다. 또 은유와 상징적인 표현으로 시적 내밀성을 살려내고 있다.
「삼사월」은 「기다리다 기다리다/은침에 찔리운 가슴」에서 어떤 절실한 아픔을 드러내 놓고 「삼사월 능구렁이 봄도/불기둥을 세운다」라는 마지막 귀절에서 아픔을 이겨내는 봄을 기다리는 뜨거운 마음을 절실하게 표현하였다.
「자물쇠」는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내밀한 아름다움을 지켜내려는 생각을 담은 시조다. 이들 작품들은 시조의 현대적인 지향을 잘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박영돈는 1973년「현대시학」지의 추천으로 데뷔한 이래 꾸준한 작품팔동을 지속해 왔고 81년에 시조집 「가을우화」를 내놓아 그의 역량을 보여 주었다. 이번 수상작품 「징」(1,2,3)은 우선 시조가 가지는 기본율조를 잘 지켰고 쉬운 시어들로 의도한 영상을 순탄하게 나타내 주었다.
「울거라/울거라/밤새도록 울거라 너는」에서 둔탁한 징소리에 우리의 한을 실어 풀어보려 했고 또 그 소리가 그대로 우리의 한의 소리이기도 한 것으로 잘 형상화되었다. 굳이 말한다면 제3수가 외침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하겠다.
그러나 젊은 시조시인으로서는 보기 드물게 자기의 세계를 농촌적인 것에 두고 꾸준히 천착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그의 활동이 기대된다 하겠다.
이번 심사에서 특히 유념한 점은 시조에 있어서 꼭 필요하지 앓은 파격은 지양되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지나친 자유시에의 영합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중앙일보사와심사를 맡은 위원들의 합의 이기도 하였다. 신인들은 특히 이점에 깊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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