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의 재산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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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학재단에 재정상의 여유를 줌으로써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일은 우리교육이 당면한 오랜 숙제의 하나다.
그러나 이 숙제는 나아질 기미는 커녕 해가 갈수록 악화만 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수익용 기본재산은 1조원에 이르지만 대학살림에 도움을 주지 못해 운영자금의 95%를 학생들이 내는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 사실은 그 동안 우리들의 사학진흥에 얼마나 무신경했으며 인색했는가를 단적으로 증명하고있다.
사학은 학교법인을 세운 주체가 정부나 공공단체가 아닌 개인일 뿐 그 사회적인 역능에서는 국·공립학교와 아무런 다름이 없다. 사학을 설립한 그 순간부터 그 재산은 사실상 개인의 손을 떠나는 것이며, 공공성을 띠게 마련이다.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사립학교의 재산에 대해서는 국고보조는 물론 개인소유의 다른 재산과는 달리 세제상의 감면 등 특혜를 주어야한다고 주장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선진국의 경우 사학운영자금에서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도 이르지 않는다. 미국은 36.06%(76년 기준)였으며 일본은 37.18%(75년)에 불과했다. 나머지 자금은 재단의 자체수입이나 기부금으로 채우고 있으며, 4분의 1 가까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고있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가. 중·고교에조차 정부의 보조란 명목에 그치고 그 대부분은 학생들의 주머니에만 의존하고있다.
중·고교의 경우 재단부담은 3.2%에 불과하고 84.8%(중학교)내지 92.1%(고등학교)를 수업료에 의존한다. 대학은 이보다 더 높아 납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95%를 넘고있다.
학교운영을 거의 전적으로 학생 납입금에만 의존하는 형편에서 사학의 건실한 운영이나 발전을 기대 하기는 어렵다. 대학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대학의 운영을 납입금에만 의존하다보면 그것이 가계나 국민경제 전반에 주름살이 가게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의 보조로 사학의 적자보전을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우리의 재정은 그만한 여유가 없다. 그러나 사학의 재정난을 타개할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사학재단연합회의 진정처럼 학교법인의 재산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등 혜택을 주는 일이다. 우리나라 사학의 기본재산은 농지, 임야 등 수익성이 없거나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수익성 높은 빌딩이나 주식, 채권 등으로 바꾸면 학교운영에도 크게 도움을 주겠지만 매매차액의 20%에 이르는 양도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에 재산처분을 못하고있다는 것이다.
1조원에 이르는 재산이 이처럼 사장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교육을 위해서는 물론 세원확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 같지는 않다. 세금 감면혜택을 주어서라도 매매를 성립시켜야만 세수확보란 면에서도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다.
둘째는 사학에 대한 기부행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기부금에 아무런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가령 미국의 하버드대학 같은 명문사학에서는 학교를 위해 특별한 공적이 있는 사람과 함께 기부금을 많이 번 사람의 자손에 대해서는 특별전형으로 입학을 시키는 특혜를 주고있다.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해도 기부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일이라고 본다.
대학운영의 건실화는 바로 우리교육의 내실화를 기하는 일과 같다. 또한 교육을 위해 출연하는 것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뜻에서 사학운영의 건실화를 위한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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