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노로바이러스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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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각종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들이 활개를 친다. 최근 열린 대한감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선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최성호(41) 교수가 겨울 식중독의 병원체인 노로 바이러스에 대해 발표했다. 최 교수에게 감염병 없이 겨울을 지내는 비결을 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로 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이 연평균 38건 발생했다. 이중 45%인 17건이 겨울(12월~2월)에 집중됐다.

최 교수는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이 겨울에 잦은 이유는 명확하진 않았지만 몇 가지 가설은 있다”며 “노로 바이러스가 차가운 환경을 잘 견딘다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겨울엔 사람들이 낮은 기온 때문에 식중독 위험이 낮으려니 생각해 방심하는 것도 노로 바이러스 환자가 겨울에 많은 이유다. 굴 등 해산물을 그냥 씻어 날로 먹거나 각종 채소를 낮은 온도로 데쳐 먹다가 노로 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노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개 24~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증상이 나타난다. 갑자기 배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면서 구토를 하며 설사를 하는 것이 주 증상이다. 설사는 하루 4~8회 한다. 38도가 약간 넘는 미열이 동반되기도 한다.

최 교수는 “이런 증상은 보통 2~3일 지속되다가 대개 자연 치유된다”며 “노인·소아 암 환자·장기나 혈액 이식 환자 등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이 걸리면 증상이 더 오래 가고 드물지만 사망 사례도 있다”고 조언했다.

노로 바이러스는 아직 예방 백신이 없다.

“환자로 진단되면 대증(對症)치료를 주로 한다. 구토·설사로 소실된 수분을 입이나 주사로 보충한다. 항(抗)구토제나 지사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식사 전에 손을 잘 씻고 평소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겨울에도 음식을 조리할 때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라면 조개·굴 등 어패류를 날로 먹는 것은 삼간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것은 독감이 아니라 감기라고 말한다.

“독감은 아직 본격적으로 돌지 않고 있다. 노인·만성질환자·어린이는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10일 쯤 지나면 예방 효과가 나타나 내년 봄까진 효과가 지속된다.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70%정도다. 10명 중 3명은 독감 백신을 맞았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무조건 안심해선 안 된다.”

노약자에게 독감 백신이 필요한 것은 “독감의 합병증으로 폐렴이 생길 수 있으며 폐렴은 ‘노인의 (나쁜) 친구’란 말이 있을 만큼 생명까지 위협하는 병이기 때문”이라고 최 교수는 지적했다.

최 교수는 “독감을 ‘독한 감기’라고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감기와 독감은 원인 바이러스 자체가 다르다”며 “일반적으론 ‘감기는 폐렴까지 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암환자·노인·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걸리면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고 소개했다.

65세 이상 노인과 만성 질환자는 폐렴구균 백신도 맞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했다. 폐렴구균은 폐렴의 가장 흔한 원인균이다. 폐렴구균에 의한 세균성 폐렴은 독감 합병증인 바이러스성 폐렴보다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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