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스윙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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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군사적인 위협을 얘기할 때 우리는 언제나 한-미간에 깊은 인식의 차이가 있음을 실감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군사력이 동북아시아의 안전을 위협하는 제1의 요소다.
북한이 군사적인 모험을 강행할 때 한국에 전투병력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한반도에 지정학적, 군사적인 이해관계를 갖고있는 일본, 중공, 소련이 직접이든 간접이든 분쟁에 휘말려들게 된다는 것이 우리가 보는 동북아시아 위기의 구도다.
그러나 미국은 이 지역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소련이고, 북한은 소련 또는 중공의「승인」과 지원 없이는, 다시 말하면 이들 두 나라의 의사에 반해서는 전쟁을 도발할 수 없다는 인식을 토대로 태평양 군사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눈에는 북한의 위협이 소련의 위협에 종속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요즘 미-일간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유사시 해역분담에 우리의 관심을 모으는 것도 동북아시아 위기의 구도에 관한 한-미간의 인식 차가 너무 큰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이다. 워싱턴과 동경에서 들어오는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미-소가 군사적으로 충돌할 경우 그 무대는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이 될 것으로 가상한다. 말할 것도 없이 페르시아만은 유전지대요, 인도양은 거기서 나는 원유가 동북아시아로 나가는 해상수송로(sealane)의 길목이다.
거기서 시작되는 미-소 충돌은 2개월 내지 3개월이 지나야 미국 해군에 의한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의 제압으로 끝나고, 그 때 비로소 미국은 그리로 빼돌렸던 7함대의 주력을 태평양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전략인 것 같다.
그 2∼3개월 사이에 일본이 서북태평양지역의 해상방위를 맡아 소련의 극동함대가 태평양으로 나가는 3개 해협을 봉쇄하여 시간을 벌어 달라는 것이 미국의 요구다.
이런 구상은 「카터」시대에 이미 「스윙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틀이 잡혔고, 그 때도 우리는 이 전략이 태평양지역에 남을 수밖에 없는 「힘의 공백」, 거기서 유발될지도 모르는 북한의 군사적인 모험의 가능성을 경고한바 있다.
스윙전략은 신속 배치군(RDF)의 구상으로 발전했지만 미국서 1만km이상 떨어진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에서 신속 배치군이 효과적인 작전을 할 수 없다는 중논에 눌려버렸다.
그 결과 페르시아만과 인도양방어는 1차적으로 7함대에 의존한다는 스윙전략이 다시 강조되기에 이른 것이다.
일본이 군사력을 늘려 일본본토에서 1천 해리 이내의 해상방위를 담당하는 것을 포함하여 동북아시아의 지역안보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우리는 의견을 같이한다. 일본도 미국에서 일고있는 「안보무임승차」에 대한 비판에 신축성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스윙전략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두 가지 허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인도양에서의 작전 2∼3개월이라는 시한산정의 근거가 미덥지 않은 것이다.
지금의 미-소 태평양해군력과 일본의 소련 극동해군 견제능력 등을 고려할 때 인도양작전이 미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것은 동북아시아의 힘의 공백의 장기화를 의미한다.
또 하나는 미국의 태평양전력이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에 집중된 사이에 북한의 군사적인 모험이 일어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다는 점이다.
중동의 유전과 인도양을 통과하는 해상수송로가 보호되어야하는데는 반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쪽의 작전을 위해 동북아시아에 배치된 미국 해군의 주력을 빼 가는 전략은 작은 불을 끄고 큰불을 일으키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일본에 의한 해상수송로방위를 강력히 추진하면서 동시에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의 방위를 담당할 전력을 별도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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