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의 보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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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융실명거래제안에 대한 보완책을 싸고 국회와 재무당국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거래제를 입안한 재무부는 당초 방침에서 크게 후퇴했음에도 주식이나 사채를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검토한 적이 없으며 자기앞수표에 대한 실명제적용문제는 배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국회는 실명거래제를 대폭 수정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실명거래제를 둘러싼 이와 같은 상충은 이상과 현실, 또는 원칙과 예외와의 사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해석된다. 실명거래제의 원칙적인 목적은 「지하경제」의 발판을 제도적으로 파괴하여 모든 경제활동을 지상으로 끌어 내자는데 있었다.
이러한 원리에는 하등의 잘못도 발견할 수 없다.
과세근거를 명확히 밝히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자는 것에 반대할 이유가 있을 리가 있는가.
그러면서도 실명거래제에 추가적인 보수를 요구하는 것은 이상이 반드시 현실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데 있다.
실명거래제가 발표된 이후 저축성 예금이 크게 감소했다든가, 증시에서의 투자자 이탈이 현저했다든가 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단계가 실명제의 이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거기다가 실명거래제와 함께 내놓은 방안들이 지나치게 경직성을 띠고있다는 것이 문제다.
예컨대 종합소득세제의 채택이나 소액주주범위의 축소와 같은 문제들이 예금자나 투자가들의 기피현상을 초래했다.
정부가 실명거래제의 내용을 완화한다는 자세를 취하자, 다시 예금이 늘고 증시가 상승세를 탄다는 현상은 무엇을 말하는가.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국민경제활동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실명거래제에 부정적이라는 것을 실명한다.
실명거래제의 목적이 순수하고 원칙에 철저한 것이라면 이를 거부하는 것도 실물경제의 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현실과 현격한 거리를 두고있다면 그것은 현실에 접근하는 쪽으로 궤도를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경제의 흐름에는 어떠한 물리적인 제도나 정책수단을 충격적으로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오랫동안 지속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명거래제도 모든 것을 단발로 해치우려는 것보다는 국민경제에 주는 충격을 서서히 완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분위기 조성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또 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국민경제를 발전시키는 대전제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한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제5차5개년 계획은 내외여건의 악화로 초년도부터 차질을 빚고 있지만, 아뭏든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내자동원이 극대화되어야한다..
따라서 내자동원을 저해하는 어떠한 정책수단도 배제해야한다는 것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6·28조치가 기업활동을 적극 뒷받침하는 조치로 환영을 받은 것은 그동안 값비쌌던 금융비용을 줄여주면서 물가안정으로 내자조달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는데 있었다.
뒤이어 7·3조치가 나와 실명거래제를 강행하려 했을 때는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다는 이유로 인해 「원론찬섬, 각론반대」가 나왔다.
정부가 그간의 경위를 감안. 실명거래제의 내용을 크게 바꾼 것은 정책의 유연성을 보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사채·주식거래의 실명제 및 소액주주범위의 축소 등에 있다.
제2금융권을 육성하여 역시 내자동원의 파이프롤 다양하게 설정하려 한다면 실명제에 앞서 투자자에게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일부의 가명거래를 일소한다고 해서 투자자가 시장을 대거 떠나버리는 희생을 감수해야할 것인가.
국회가 7·3보완대책을 세밀하게 다루어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한다는 것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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